가루지기 <546>아으아으, 이년이 죽겄소
가루지기 <546>아으아으, 이년이 죽겄소
  • <최정주 글>
  • 승인 2003.08.17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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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22>

“하룻밤에 열 사내를?”

“말허자면 그렇다는 뜻이제요. 설마 이년이 그러겄능기라? 걱정허시지 말라는 말씸이구만요.”

“알겄다. 허면 내가 시방부터 밭얼 간다이.”

이생원이 옹녀 년을 뒤로 밀어 눈히고 서둘러 몸을 실었다. 한번 다녀 나온 길이라고 쟁기날이 저 혼자 밭고랑 깊은 곳을 찾아 쑥 들어갔다.

“흐메, 죽겄소. 아까보다 더 퉁거워진 것 같구만요.”

“그러냐? 늘 삶은 가지꼴이드니, 오늘은 웬일인지 모르겠구나.

니 손이 약손이고, 니 밭에는 산삼이라도 키우는 모양이구나. 좋다, 좋구나.”

이생원이 가뿐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나리가 좋으시당깨, 이년도 좋구만요. 아이고, 나리. 이년이 시방 극락얼 갈라고 허는디, 어뜨케 허끄라?”

옹녀 년이 헛감창소리를 냈다. 그러나 사내는 계집이 내지르는 암내난 암코양이 울음소리를 진짜라고 믿고 부지런히 몸을 놀렸다.

“죽겄지야?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빙빙 돌지야? 내가 참으로 오랫만에 계집을 극락에 보내는구나. 허허허 참, 내게 이런 기운이 있었다니. 고맙구나, 고맙구나, 옹녀야.”

“이년이 고맙지라. 참말로 고맙구만요. 아으아으, 이년이 죽겄소.”

입으로 거짓 감창소리를 내다말고 옹녀 년이 두 다리를 쭉 뻗었다. 그러나 아랫녁은 사내한테 맡겨놓았을 뿐 별다른 기척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사내는 충분히 즐거울 것이었다.

옹녀 년이 사내가 언제 쯤 방사를 할 것인가, 머리 속으로 꼬누고 있는데 사내가 허윽,하고 비명을 내르면서 아랫녁을 푸륵푸륵 떨어댔다. 그리고 잠시 후에 계집의 가슴 사이에 얼굴을 박았다.

“쌌소?”

옹녀가 사내의 귀에 대고 물었다.

“쌌다, 애꼈다가 한참 있다가 쌀라고 했는데, 저절로 싸뿌렀다.”

“그것이 어디 맴 묵은 대로 됩디까? 부지불식간에 싸고 말제요.

나리가 쌌당깨, 이년이 기분이 찢어지요. 오랫만에 사내다운 사내를 만나 이년도 열 두번을 극락에 댕겨왔구만요. 온 삭신이 녹작지근헌 것이 꼼짝얼 못허겄구만요.”

“그 더욱 기분 좋은 말이로구나.”

이생원이 옆으로 굴러떨어져 몸을 일으켜 앉더니, 전대를 풀었다. 

엽전이 짤그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옹녀는 잠시 그대로 누워 있었다. 살풀이가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옷을 입는다면 이생원같은 잡놈은 계집이 입으로 내지른 감창소리나 눈을 까뒤집고 정신을 놓았던 것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눈치챌 염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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