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550>치매끈 붙들고 보채면
가루지기<550>치매끈 붙들고 보채면
  • <최정주 글>
  • 승인 2003.08.21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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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26>

“그럴랑가? 허나 저 놈헌테넌 눈길도 주지 마소이. 어물전에 쐬포리 만도 못 헌 놈인깨.. 꽃값언 물론 술값 한 푼도 안 내놀 놈인깨, 공짜 품얼 팔 생각이 아니라면 웃음빛언 행여 뵈지 말게이.”

“미운털이 단단히 백혓는갑소이. 명색이 벙거지짜린디.”

“벙거지도 벙거지 나름이제. 한 때넌 내가 저 자구허고 짝자궁이 되어 못 된 짓도 쬐깨했제만, 허는 행실이 개돼지만도 못해서 요새넌 아예 상종얼 않고 살라고 허능구만.”

주모의 눈빛에 서리가 끼었다.

“정 글면 아예 비깜얼 못허게허면 되제라.”

“해꼬지나 안 당헐라고. 저 놈이 성깔언 또 개차반이라서 자칫 싫은 기색이라도 뵈었다가는 되로 주고 말로 받을 것이구만.”

“연장언 쓸만허요?”

옹녀 년이 알만큼 알면서도 짐짓 물었다.

“여언장? 뻔데기만도 못헌 것얼 연장이라고 헐 수나 있을지. 그럴리야 없제만, 자네, 저 놈 수작에 치마끈 풀었다가는 허퉁시런 꼴 당허네이.”

“흐긴, 원래 연장이 부실헌 사내치고 성질머리 존 사내넌 없응깨라. 알겄구만이라. 헌디, 허는 꼴얼 본깨 꼭 즈그집처럼 막 대허요이.”

“치매끈 몇 번 풀어준 것이 내 발등을 내가 찍은 꼴이제.”

“돈언 좀 있소?”

“도온?”

주모가 눈을 꿈벅거렸다.

“어채피 꽃팔자고 나선 길인디, 찬밥 더운밥 개리겄소? 한량 돈이면 어떻고, 벙거지 돈이면 어떻다요? 꼴에 사내라고 치매끈 붙들고 보채면 풀어주는 시늉이라도 헐지 어찌 알겄소.”

“차라리 문뎅이 콧구멍에서 마널쪼가리럴 빼묵제, 저 놈 주머니넌 아예 끼웃거리지도 말게.”

“호호호, 알겄소.”

옹녀 년이 물사발을 들고 부억을 나왔다. 방문을 반만 열어놓고 밖을 살피고 있던 정사령 놈이 물사발을 들고 자박자박 얌전하게 걸어오는 옹녀 년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럴수록 옹녀 년이 눈을 내리깔고 수줍은 듯 다가갔다.

“물가꼬 왔구만요, 나리.”

옹년 년이 다소곳이 물사발을 바쳤다. 정사령 놈이 물사발을 받으면서 손끝을 부짖쳐왔다. 옹녀가 큰 일이라도 난다는 듯이 얼른 손을 뗐다. 그러자 물사발이 정사령놈의 가지랭이 사이로 떨어져 버렸다.

“아이고, 이 일얼 어쩐디야? 죄시럽구만요,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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