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녀 년이 서둘러 마루로 올라가 정사령 놈의 가지랭이 사이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괜찮다. 괜찮아. 내가 제대로 받았어야했는디, 니 얼굴에 취해 정신얼 딴데다 팔았구나.”
정사령 놈이 옹녀 년의 손목을 꽉 움켜 쥐었다.
나, 나리, 하면서 옹녀 년이 정사령 놈을 바라보았다. 잠시 바라보다가 눈이 부시다는듯, 수줍어 못 견디겠다는 듯, 눈을 내리깔며 손을 빼냈다.
“못 보던 얼굴인디, 언제 왔느냐?”
정사령 놈이 물었다.
“쪼깨 전에 왔구만요.”
“허허, 얼굴도 곱상허고 허는 행실얼 본깨, 주막에 나올 계집언 아닌 것 같은디, 사는 형편이 곤란헌갑구나.”
“오죽했으면 사내덜 틈새기에서 입 벌어 묵겄다고 나섰겄능기라. 바지럴 벗어주시면 이년이 햇볕에 널어 말려디리겄구만이라.”
“대낮부터 옷을 벗으란 말이더냐? 바지럴 벗으면 맨 몸인디, 니가 책임얼 지겄느냐?”
정사령 놈이 갑자기 느물거렸다.
“하이고, 괘꽝시런 말심얼 다허시만요. 이 년이 비록에 병 든 서방허고 묵고 살 것이 없어 목얼 맬라다가 내 한 몸이사 목얼 매뿔면 되제만, 병든 서방이 목에 걸려 그러지도 못허고 주막에 설거지라도 헐라고 나왔십니다만, 몸얼 팔 생각언 없구만요.”
옹녀 년의 능청을 떨었다.
“병 든 서방이라고 했느냐? 그렇다면 네가 이 근방에 살고 있다는 말이더냐? 팔령재를 넘어온 것도 아니고, 여원재럴 넘어온 것도 아니고, 이 근방에 산다는 말이더냐?”
정사령 놈이 물었다. 물 사발을 가지고 간 옹녀 년이 무슨 일로 안 오는가, 하고 주모가 목을 빼꼼이 내밀고 귀를 기울였다.
옹녀 년이 주모를 흘끔 돌아보며 대꾸했다.
“글구만요. 쩌그 산내골에 살고 있구만요.”
“산내골이라면 엎드리면 코달데가 아니더냐?”
“예, 두어 번만 엎드리면 코가 닿고도 남는구만요.”
“허, 안 됐구나. 보아허니 나이도 서른 이짝 저 짝인 것 겉은디, 서방이 병들었으면 밤일도 제대로 못 헐 것이 아니더냐?”
정사령 놈이 입맛을 쩝 다셨다.
“나리도 참, 별 말씸얼 다 허십니다.”
옹녀 년이 얼굴까지 붉히는 체하며 서둘러 부억으로 돌아왔다. 뒤에서 정사령 놈이 허허허 웃다가 주모, 주모하고 불렀다.
“또 왜 부른다요? 물갖다 디리끄라?”
주모가 곱지 않은 눈길로 쏘아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