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56> 내 가심에 벌떡증이 생김서
가루지기 <556> 내 가심에 벌떡증이 생김서
  • <최정주 글>
  • 승인 2003.08.28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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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32>

“내가 비록 계집을 좋아허기는 허제만, 서방 있는 계집은 손얼 안 댔는디, 자네헌테넌 참 요상시럽구만. 내 가심에 벌떡증이 생김서 머리 속이 멍멍헌 것이 내가 요상시럽구만.”

정사령이 기왕에 붙잡은 손목을 더욱 힘주어 잡으면서 열꽃이 핀 눈으로 바라보았다. 제 놈 말마따나 첫 눈에 혹하고 빠져버린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호락호락 빈 틈을 보일 일은 아니었다.

“이러지 마시씨요. 병든 서방님을 수발헐라면 손목을 짤라뿌릴 수도 없고, 이년이 몸둘바럴 모르겄구만요. 이 손 노씨요.”

“이 방에서 안 나간다고 약조럴 허면 내가 손얼 놔주제.”

“안 나갈 것이구만요. 나리 앞에 앉아 술언 따라디릴 것인깨, 손언 놔주씨요.”

옹녀 년이 힘을 주어 손을 빼냈다. 정사령이 입맛을 쩝 다시면서 술잔을 들었다.

“병 든 서방이라면 밤일도 제대로 못했을 판인디, 자네가 제법 심지가 굳구만.”

정사령 놈이 술잔을 반만 비우고 내려놓으며 옹녀 년을 다시 한번 찬찬이 바라보았다. 사내의 음탕한 눈빛 앞에 옹녀가 몸을 꼬며 부신 눈으로 바라보다가, 저고리 고름을 만지작거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웬 한숨인가?”

정사령 놈이 물었다.

“이 년도 모르겄구만요, 왜 한숨이 나오는지.”

옹녀 년이 의뭉을 떨자 정사령 놈이 남은 술을 마저 비우고 빈 잔을 내밀었다.

“한 잔 받게. 술은 대작을 해야 제 맛이 아니던가?”

옹녀 년이 엉덩이짓으로 반 발이나 물러났다.

“하이고, 이 년언 밀밭근처만 가도 머리가 핑핑 도능구만요. 술냄새럴 맡은깨로 가슴이 벌렁거리고 정신이 아리송해지는구만요.”

옹녀 년의 말에 정사령 놈이 그래? 하며 눈을 게슴트레 떴다. 

“자네가 아무래도 술냄새에 취헌 것이 아니라 사내냄새에 취헌 모냥이구만. 가차이 오게. 안 잡아 묵을텐깨, 가차이 오게.”

“가차이 앉아서 머허게라? 맴만 싱숭생숭허제라.”

옹녀 년의 말에 정사령 놈이 요겻봐라, 하는 투로 바라보았다.

“자네도 사내 앞에서 맴이 싱숭거린가?”

“이년도 여자요. 여자 나이 서른이면 까지밭 근처에만 가도 아랫도리가 후꾼거린다고 그럽디다.”

“아랫도리가 후꾼거려? 음전헌 자네가 그건 어찌 아는가?”

“이웃 여편네들헌테 들었소. 서방이 씽씽헌 년들도 그런디, 병든 서방얼 뫼시고 사는 이 년이사 오직허겄소? 밤마동 바늘로 허벅지 찌름서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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