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57> 백설기같은 것이 보일듯말듯
가루지기 <557> 백설기같은 것이 보일듯말듯
  • <최정주 글>
  • 승인 2003.08.29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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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33>

옹녀 년이 너무 뻣뻣하게 나가면 정사령 놈이 지레 몸을 사릴까 싶어 슬쩍 암내를 풍겼다.

“그런가? 내가 한 눈에 알아보았구만. 자네가 맴언 어쩔랑가 몰라도 몸언 아니란 걸 알아보았구만. 불쌍허고 불쌍허네. 계집의 나이 서른이면 솥뚜껑이라도 타고 앉을 땐디, 판판이 독수공방이라니, 참으로 안 되었네.”

“팔자려니, 해야지요. 밤마동 찬물이나 몇 번 끼얹고 참아야제요.”

“근다고 열녀비 세워주겄능가? 애먼 자네만 쌩고생얼 허는 것이제. 가차이 오랑깨. 가차이 와.”

정사령 놈이 옹녀 년의 손을 잡아 끌었다. 뒤로 슬쩍 버티는 체 하다가 옹녀 년이 앞으로 덜퍽 쓰러지면서 오른 손으로 사내 놈의 사타구니 사이를 짚었다. 손바닥으로 사내의 초라한 물건이 느껴졌다. 비록 단단하기는 했지만, 오줌 마려운 서너살배기 사내 아이의 그것처럼 작디 작은 연장이었다.

옹녀 년이 얼굴까지 붉히는 체 하며 얼른 손을 뗐다. 

“미안시럽구만요. 긍깨 멀라고 잡아댕긴다요? 남새스럽구만요.”

“남새스러울 것이 있겄능가? 시방언 비록 병든 서방이제만, 혼인 첫날부텀 서방님이 병자는 아니었을 것이 아닌가? 먼 소린고하니, 자네도 남녀간 음양의 이치는 다 알 것이 아닌가, 허는 뜻일쎄.”

“하이고, 남새시러버라. 그 일얼 어찌 입으로 말헌다요?”

옹녀 년이 호호거리다가 아까부터 정사령 놈이 내밀고 있는 술잔을 받아 들었다.

“한 잔 쭉 들게. 하늘이 돈짝만허게 보임서 세상이 빙빙 돌걸세. 술언 그 맛으로 마시는 것이제. 쭉 들랑깨.”

“이 년이 술얼 못 마시는디, 벙거지 쓴 나리가 권허신깨 마시제라. 이 년이 취허면 나리가 책임지씨요이. 낭중에 서방님 밥 챙겨디리러 가야허는디, 괜찮헐랑가 모르겄소.”

계집의 말에 사내놈이 눈을 반짝거렸다. 의외로 쉽게 계집을 잡아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어린 눈빛이었다. 여우 중에서도 백여우인 옹녀 년이 사내의 그런 심사를 모를 리 없었다. 서너 번 술잔을 입술에 댔다 뗐다 망설이는체 하다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에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하는 표정으로 술 한 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한 잔 더 헐랑가?”

정사령 놈이 얼른 술병을 들이댔다.

“아니요, 아니구만요. 나리의 성의럴 무시헐 수 없어 한 잔언 마셨소만, 두 잔언 안 되는구만요.”

옹녀 년이 손을 홰홰 내젓다가 가슴이 갑갑하다는 듯 저고리 고름 사이를 슬쩍 열고 손부채를 팔랑팔랑 부쳤다. 그 통에 백설기같은 젖통이 보일듯말듯 어른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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