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58>가슴팍의 작은 앵두알
가루지기 <558>가슴팍의 작은 앵두알
  • <최정주 글>
  • 승인 2003.08.31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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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34>

“취헌가? 눈앞이 빙빙 돌라고 허능가?”

정사령 놈이 침을 꿀꺽 삼키며 엉덩이짓으로 다가 앉아 계집의 옆구리에 제 놈의 옆구리를 찰싹 붙였다. 그래도 계집이 무심한체 하자 이번에는 왼 손을 계집의 어깨에 걸쳤다. 그래도 계집은 모른 체 손부채질만 했다.

“요상시런 것이 술이요이. 마시기는 입으로 마셨는디, 불언 왜 가심에 붙는다요? 나리, 술얼 마시면 가심패기가 뜨거워지는 것이요?

가심이 타는 것이요?”

“암, 타는 것이제. 그 재미로 술얼 마시는 것이랑깨.”

사내의 손이 슬쩍 계집의 가슴을 더듬었다. 어깨를 움찔했을 뿐, 별다른 내색을 않자 사내의 손이 저고리 고름을 툭 잡아당겨 풀었다. 그제서야 계집이 돌아보았다.

“옷고름언 왜 푼다요?”

“가심에 불이 붙었담서? 그걸 꺼야제.”

“하이고, 남새시러버라. 나넌 그런짓언 못허겄소. 뒤안에 가서 찬물이나 두어바가지 퍼얹으면 꺼질 것인디, 수고시럽그로 남정네의 손얼 빌린다요.”

“그건 사내가 없을 때 허는 짓이고, 사내가 있을 때넌 사내손으로 끄는 것이 젤이랑깨..”

정사령 놈이 기어코 손 하나로 계집의 가슴을 주물락거렸다. 계집이 안 되요, 안 되요, 하면서도 모질게 사내의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나리, 내가 왜 이런다요? 인자넌 가봐야허는디, 병 든 서방님이 방에다 똥얼 한바가지넌 싸놨을 것인디, 그것도 치워줘야허는디, 집으로 가야허는디, 가심이 타고 머리가 빙빙 돌아 꼼짝얼 못허겄소.”

“쪼깨만 참으면 괜찬해질 것이구만. 자네가 혼자서 못가면 내가 데려다주면 될 것이구만.”

정사령 놈이 계집의 가슴팍에서 작은 앵두알을 손가락 사에에 넣고 비비작거렸다. 옹녀 년이 흠칫 몸을 떨었다. 연장은 형편없지만 운봉 인월 인근 주막의 주모들 치고 손 안 거친 계집이 없다는 소문대로 제법 계집을 다룰 줄 아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제 년 쪽에서 먼저 사내의 손을 끌어당길 수는 없었다. 제 년이 먼저 사내의 물건을 가지고 놀자고 덤빌 수는 없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지금은 사내를 실컷 가지고 놀면서 줄듯 말듯 감질만 나게 하다가 일판은 나중에 벌여야하는 것이었다.

“나리, 이러지 마씨요. 이년이 죽겄소. 병 든 서방님이 기달리는디, 이 년이 죽어뿔먼 쓰겄소? 나리가 이 년의 서방님얼 믹여 살리실라요?”

“씨잘데기 없는 걱정얼 허능구만. 남녀간에 그짓허다가 계집이 죽었다는 말언 안 들어봤구만. 걱정허덜 마소. 쬐깨만 지내면 좋아질 것인깨. 내가 허는대로 가만히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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