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60> 논배미에 물이 넘치는구만
가루지기 <560> 논배미에 물이 넘치는구만
  • <최정주 글>
  • 승인 2003.09.02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 옹녀의 전성시대 <36>

“이년이 빨래터에서 들은 소린디, 어떤 사내가 연장이 겁나게 작았다고 허등만요. 어찌어찌 장개넌 갔는디, 연장이 작아서 밭얼 제대로 갈 수가 없었다고 허등가요? 그렁깨 밤마동 계집의 애간장만 태왔을 것이 아니요. 사내가 불만 빌러놓고 꺼주지럴 안 헌깨, 한번언 계집이 바람얼 피웠다고 글든가요? 연장 작은 사내가 어이서 그 소문얼 듣고넌 제 계집의 밭얼 갈아 준 사내럴 쥑이겄다고 눈에 불얼 키고 찾는다고 허등가요?”

“거 어떤 놈인지 지 놈 얼굴에 똥칠허고 댕기는구만.”

정사령 놈이 그것이 제 얘긴 줄은 모르고 맞장구를 쳤다.

“긍깨 말이요. 제 연장 부실헐 것얼 탓해야제, 애먼 사내넌 찾아서 멋헌다요? 누워서 침뱉기지라.”

옹녀 년이 말끝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사령 놈이 웬 한숨?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연장이 작아도 좋고, 없어도 존깨 몸성헌 서방님 뫼시고 살았으면 좋겄구만요.”

“흐기사, 연장이 좋으면 멋헌당가? 병골이라 밭 한 뙈기도 못 갈면 그것이 어디 서방이단가? 송장이제.”

“이 년이 시방 안 그러요? 송장얼 델꼬 사능구만요.”

“자네 처지가 참으로 안 됐구만. 허나 걱정허덜 마소. 내가 풀어줄 것인깨, 다 풀어줄 것인깨, 당최 걱정허덜 마소.”

‘멀 풀어주는디요?“

옹녀 년이 눈을 새치롬히 뜨고 사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것이 또 사내의 애간장을 다 녹이는 모양이었다. 계집을 와락 끌어안았다가 가슴의 앵두알을 쪽쪽 빨다가 손 하나를 치마 속으로 불쑥 집어 넣었다.

“허허, 논배미에 물이 가득 넘치는구만. 수퉁구녕에 물언 풍족하구만. 인자넌 쟁기날얼 들이대고 갈기만 허면 되겄구만.”

사내의 손길에 옹녀 년이 해주씨요, 해주씨요, 하는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나올 것 같아 얼른 사내의 손을 밀어냈다.

“어따, 손얼 넣고 그러시오? 거그럴 도려 파낼 수도 없는디, 데럽히고 그런다요? 인자본깨, 벙거지는 썼을 망정 성질언 개차반인갑소이. 이년이 주막에서 몸 팔아 묵는 작부도 아닌디, 함부로 손얼 넣고 그러시오?”

옹녀 년이 눈까지 매섭게 치켜 뜨며 소리를 질렀다. 계집의 느닷없는 앙칼진 태도에 사내가 머쓱하여 물러 앉았다.

“흐, 나넌 자네럴 위로헌다고 헌 짓인디, 위문이 페문이 됐는갑네이.”

“누가 나리헌테 위문받자고 했소? 하이고, 인자 남새시러버서 어찌 살꼬? 병 든 서방님 얼굴을 무신 낯짝으로 보꼬이.”

옹녀 년이 말끝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정사령 놈이 무참한 낯빛으로 올려다 보다가 계집의 농간에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눈 밑을 두어 번 씰룩이다가 입을 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