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66>심얼 팍팍 줘보씨요
가루지기 <566>심얼 팍팍 줘보씨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3.09.09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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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42>

그러나 사내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모양이었다. 계집의 저고리를 벗기고 가슴부터 한 입 물고 늘어졌다.

아으아으.

계집의 입에서 사내를 환장하게 만드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쇠털겉이 많은 날이요. 안직 초저녁이요. 서둘 것이 멋이다요. 서나서나 허십시다. 자근자근 허십시다.”

“허허, 내가 너무 서둘렀구나. 흐기사, 그렇구나. 서둘 것이 멋이다냐? 내가 니맴얼 알고 니가 내맴얼 알았는디.”

말은 그리하면서도 사내의 손길은 끊임없이 계집의 몸에서 옷을 벗겨냈다. 속곳 한 가지만 남았을 때 옹녀 년이 몸을 사리며 사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갑재기 무선 맴이 들어서 그러요.”

“무선 맴?”

“서방님이 갑재기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씰데없는 걱정얼 허능구나. 만약에 니 서방놈이 오면 내가 관아로 잡아까 뿌릴 것인깨, 맴얼 놓그라.”

“정말이제요? 서방님이 이년얼 창으로 찌를라고 허면 나리가 막아야 쓰요이.”

“오냐, 알았응깨, 그놈이나 즐겁게 맹글아 보그라.”

정사령 놈이 계집의 손 한 쪽을 제 놈의 사타구니 사이에 얹어 주었다. 놈은 여전히 씩씩한 모습이었다. 놈의 귀여운 모습에 옹녀 년이 속으로 픽 웃으며 몇 번 쓰다듬어 주었다. 꼴에 제 놈도 예의를 차릴 줄은 안다면서 놈이 고개를 몇 차례 끄덕였다.

“이년언 서방님껏만 생각허고 사내덜 연장언 다 퉁겁고 길죽헌줄만 알았는디, 나리것만헌 것도 있는갑소이.”

“우습게 보지말그라. 연장은 작으나 하도 여러 밭을 갈아봐서 밭가는데는 이골이 났니라.”

“그러요? 허면 한번 갈아볼라요? 어뜨요? 밭고랑에 물은 차고 넘치지라?”

“갈기에 딱 맞춤맞구나.”

정사령 놈이 쟁기날을 불쑥 밭고랑 사이로 디밀었다.

“흐메, 나 죽겄소. 작은 고추가 맴다는 말이 참말인갑소이. 사정없이 파고 들어오는 것이 밭얼 많이 갈아 본 솜씨요.”

옹녀 년이 엉덩이를 풀썩거리다가 사내의 가슴팍을 물고 흔들었다.

“아프다, 살살 물그라.”

“너무 좋은 바람에 이년이 제 정신이 아닌개비요. 심얼 팍팍 줘보씨요. 쟁기날이 짧을수록 심얼 팍팍줌서 깊이깊이 갈아야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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