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69> 색에 허천들린 계집이...
가루지기 <569> 색에 허천들린 계집이...
  • <최정주 글>
  • 승인 2003.09.16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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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45>

강쇠 놈이 이죽거렸다.

“좋구만이라. 나리의 여편네를 겁탈헌 죄넌 달게 받지라. 헌디, 시방 나리가 보듬고 있는 계집언 내 계집이구만이라. 우선언 넘의 계집얼 겁탈헌 벌부텀 받으씨요이.”

말끝에 강쇠 놈이 작대기로 정사령 놈의 엉덩이를 세차게 후려쳤다.

“아이고, 나 죽네.”

정사령 놈이 풀썩 튀어올랐다가 갈아 앉았다. 

계집의 입에서 아으, 나 죽소, 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서방님과 짜고치는 떡방라고 하지만, 딴 사내를 올려놓고 서방님 앞에서 할 짓이 아닌데도 저절로 감창이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런 계집을 흘끔 들여다 본 강쇠 놈이 입술을 씰룩이다가 서너차례나 작대기로 정사령 놈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그때마다 정사령 놈이 죽겠다고 고함을 질렀고, 덩달아 옹녀 년도 나 죽소, 나 죽소, 감창을 내질렀다.

“흐흐, 요것덜이 아조 찰떡겉이 붙어뿌렀구만이.”

계집의 감창소리에 비윗장이 상한 강쇠 놈이 숨까지 씩씩거리며 작대기질을 하다가 뻐르적거리는 정사령 놈의 등짝을 발로 지긋이 누르다가 머리채를 휘어잡고 뒤로 홱 제껴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정사령 놈은 두려움과 추접스러움으로 눈물을 질금질금 쏟고 있었다.

“요, 용서해주게. 내가 잘못했구만. 겁나게 잘못해뿌렀구만.”

“잘못헌 것언 알겄소? 요놈의 계집이 나리 앞에서 꼬리럴 칩디까? 한번만 보듬아 돌라고 속곳을 벌립디까?”

“아닐쎄. 내가 눈이 뒤집혔었구만. 자네 마누래넌 잘못헌 일이 없네.”

“헌디, 나리 맴대로 올라타라? 서방인 이놈헌테 허락도 안 맡고 올라타라?”

“자네도 내 마누래럴 안 탔는가?”

“그것이사 색에 허천들린 계집이 암내럴 풍김서 덤벼든깨 그랬지라. 내 자작으로 헌 것이 아니요. 나리도 계집 좋아헌깨 물어봅시다. 어떤 시러베 아덜 놈이 꼬리 살살치는 계집얼 나 몰라라헌답디까? 육보시헌심치고 한번 보듬아 준 것이 그리 죽을 죕디까? 나럴 쥑이겄다고 창날얼 갈아가꼬 눈에 불얼 켰담서요? 어디 한번 쥑여보시씨요. 오널 나리넌 내 손에 죽고 나넌 나리 손에 한번 죽어보십시다. 이년아, 니년도 그렇제. 내가 집을 비운 것이 겨우 두어달 남짓이거늘, 그새럴 못 참고 딴 사내럴 불러디려? 이놈의 젖통얼 딴 사내의 주둥팽이에 ?겨?”

말끝에 강쇠 놈이 계집의 젖통을 움켜 잡고 몇 번 흔들었다.

“죽을 죄럴 지었소. 나넌 안 헌다고 했는디, 사령 나리가 억지로 그랬소. 안 그러면 쥑인다고, 창날얼 디리댐서 협박얼 허는디, 약허디 약헌 여자가 어쩌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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