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572>어물전 쇠포리 끓듯 뎀비는 사내놈덜
가루지기<572>어물전 쇠포리 끓듯 뎀비는 사내놈덜
  • <최정주 글>
  • 승인 2003.09.19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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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48>

한번이라도 서방님의 쟁기날에 밭고랑을 맡겨 본 계집이라면 그 재미를 못 잊고 환장을 하고 덤벼들 것이었다. 서로간에 비록 아랫녁은 상관하지 말고 살기로 했지만, 눈 번히 뜨고 서방님이 딴 계집과 눈맞추고 살맞추는 꼴은 못 볼 것 같았다.

옹녀 년의 속내를 짐작했는지 강쇠 놈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주모가 서방님이 많이 편찬허신 개비네, 하며 방을 흘끔거렸다.

“산 송장이나 한 가지요. 똥 오줌만 안 받아낼 뿐이제, 이년이 없으면 하루도 못 살 양반이요.”

“색시가 고생이 많구만. 그래도 어쩌겄는가? 묵고는 살아야제. 조선비가 가진 살림도 많제만, 자기 맘에만 들면 전대도 넉넉하게 푸는 양반이구만.”

“긍깨 멋이요? 아짐씨넌 시방 이년더러 웃음얼 팔라는 소리요? 몸얼 팔라는 소리요? 이년언 죽으면 죽었제, 그 짓언 못허요.”

옹녀 년이 큰 소리를 치고는 다시 방을 돌아보다가 주모를 향해 눈을 깜박거렸다. 방안에 서방이 있으니 말을 조심하라고 주는 눈짓이었다.

그걸 눈치채고 주모가 너스레를 떨었다.

“서방 있는 아낙헌테 어찌 그러라고 허겄는가? 조선비는 핑게고, 사실언 내가 손이 부족해서 그런구만. 개장국을 끓여야허는디, 불도 좀 때 주고, 설거지도 해돌라는 소리구만.”

“알겄소. 가 계시씨요. 서방님 밥 단도리나 해놓고 뒤 따라갈텐깨요.”

“알았구만. 빨리 와야허네.”

주모가 방을 흘끔거리며 사립을 나갔다. 옹녀 년이 걱정하지 말고 가라는 뜻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마천주막에 갈티어?”

옹녀 년이 방으로 들어가자 강쇠 놈이 두 눈 번히 뜨고 올려다 보았다.

“기왕에 시작헌 일인디, 끝장얼 봐뿐저야 안 쓰겄소.”

“임자헌테넌 어물전에 쇠포리 끓듯이 사내놈덜이 뎀비네.”

“왜라? 가지 말끄라?”

강쇠 놈의 말투에 어쩐지 가시가 박혀있는 것 같아 옹녀 년이 자기도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시큰둥히 물었다.

“내가 가지 말란다고 안 갈 임자가 아니지 않은가? 인월 주모헌테 당헌 것얼 보면 그 양반 물건이 션찮다는 것언 내가 진작에 알았고, 사람이 헐 짓언 아니네만, 임자덕에 내가 가만히 앉아서도 호의호식헐 수 있으면 임자가 나헌테넌 부처님이고 보살님이제. 댕겨오소.”

강쇠 놈이 큰 인심이나 쓰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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