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74> 나허고 서방각시라는 것이...
가루지기 <574> 나허고 서방각시라는 것이...
  • <최정주 글>
  • 승인 2003.09.22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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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50>

“엊저녁에사 정사령놈얼 혼구녕얼 뺄라고 헌 짓이었제라. 내 본심언 아니었소. 글고, 아무리 숨긴다고 숨겨도 눈치 빠른 주모가 몰라볼 것 같소? 대번에 이녁허고 나허고 서방각시라는 것이 들통이 날 것이요. 헌깨, 결정얼 허시씨요. 이녁이 간다면 나넌 안 갈 것인깨, 어찌 허실라요? 이녁이 가고 내가 안 가면 조선비헌테 보개피허는 일도 그만 두는 것이요이.”

“알았구만. 그냥 맥없이 해 본 소리였구만. 댕겨오소.”
강쇠 놈이 그만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몸을 일으키며 옹녀 년이 말했다.

“서방님언 조선비헌테 보개피가 끝나면 가시씨요. 어뜨케던 조선비가 주막 출입얼 못허그로 맹글아 놀 것인깨, 마천 삼거리 주모가 보고잡드래도 며칠만 참으씨요.”

“알았구만. 댕겨오랑깨 그러네. 나넌 방안퉁수노릇이나 헐랑구만.”

“헌디, 그것도 걱정이요예.”

막 방을 나가려던 옹녀 년이 돌아보며 말했다.

“먼 걱정?”

“정사령 놈이 가만히 있을랑가 모르겄당깨요. 어제밤에사 꼼짝 못허고 당했제만, 다른 사령놈덜얼 델꼬와서 해꼬지나 안 헐랑가 모르겄당깨요.”

옹녀 년이 진심으로 걱정이 된다는 듯이 얼굴에 그늘을 만들어 강쇠 놈을 찬찬히 내려다 보았다. 강쇠 놈이 딴은 그렇겠다 싶었는지 눈을 끔벅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설마, 그러겄능가? 서로간에 넘의 마누래 올라 탄 일얼 가꼬넌 시비허지 않기로 단단히 약조럴 했는디.”

“그것이사 사람끼리 약조했을 때 일이고라. 사령도 관물얼 묵는 놈인디, 내가 긴 세월얼 산 것언 아니오만, 묵고 살만허다고 고개 빳빳이 쳐들고 댕기는 부자 놈덜이나, 관물 묵는다고 목소리 큰 놈덜치고 사람겉은 놈얼 보덜 못했소. 짐승만도 못헌 놈덜이제요.”

옹년 년이 무얼 걱정하는지 알고 있는 강쇠 놈이 대꾸했다.

“그래도 마누래라고 서방걱정헐 중언 아네. 아무려면 내가 내 몸 단속도 못허는 버파인줄 알았는가? 임자가 그 놈의 진기럴 따 뿔아뿌러서 아매도 시방언 꼼짝도 못허고 있을 것이네. 허고, 나헌테 지게작대기로 맞은 것도 어제사 경황중에 북북 기어서라도 사립얼 나갔제만, 아매 아침에넌 단단히 탈이 나 있을 것이구만. 정사령 놈이 성깔언 있어도 약골이랑깨. 그래도 혹시 모릉깨, 내가 염탐얼 해볼랑구만.”

“염탐얼 해라우?”

“집얼 비울 생각이랑깨. 인월이나 함양 쪽으로 나가보까, 뒷산에 가서 정사령 놈이 오능가 안 오능가 지키고 있으까, 생각 중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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