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642>넘어져도 조개밭에
가루지기 <642>넘어져도 조개밭에
  • <최정주 글>
  • 승인 2003.12.10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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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22>

‘흐흐, 옹녀 년이 그래도 제 서방 챙길줄언 아능구만이. 돈푼깨나 지닌 손님헌테 알랑방구럴 뀌어가꼬, 닭 한마리 잡아가꼬넌 제 서방 생각허고, 반 마리럴 냄겼겄제?‘

강쇠 놈이 킬킬거리며 닭고기를 우적우적 씹어 삼키고 있을 때였다.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방문이 벌컥 열렸다.

강쇠 놈이 닭고기를 입에 문채 올려다 보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당깨. 어쩐지 목소리가 귀에 익드랑깨.”

주모가 이것이 무슨 횡재다냐? 하는 눈빛으로 강쇠 놈을 쏘아보았다.

“흐흐, 어째 가시다가 돌아왔소?”

강쇠 놈이 멋적은 웃음을 흘렸다.

“가다가 생각헌깨 아자씨 목소리가 많이 들어 본 소리드란 말씸이요. 혹시나 싶어 왔는디, 아자씨가 맞소이. 하이고, 반갑소. 내가 한번만 만나기럴 그리 소원했는디, 이렇크롬 가차이 두고 애타게 지달렸소이.”

주모가 망설임도 없이 방으로 들어왔다.

강쇠 놈이 이것 꼼짝없이 억지밭을 갈아야겠구나, 생각하며 얼굴을 찡그리는데, 코를 벌름거리던 주모가 한 마디 했다.

“어째 안 주인도 없는 집인디, 방안에서 계집 냄새가 진동얼허요이.”

“내 발냄새겄지라우. 계집냄새넌 무신 계집냄새다요?”

강쇠 놈이 쓰게 웃었다.

“주모노릇만 스무해 가차이 해온 나요. 사내라면 신물이 나도록 제껴봤고요. 그런 내가 사내발냄새허고 계집냄새도 못 개리겄소? 냄새가 어제밤 껏도 아닌 것 같은디, 혹시 도장방에 계집얼 숨겨놓고 있는 것이 아니요?”

주모가 마치 제 집이라도 되는듯이 도장문도 열어보고, 뒷문도 열어보았다.

“흐참, 아니랑개 그요이.”

강쇠 놈이 성질을 푸르르 냈다.

“흐기사 계집이 딴 사내들과 떡얼 치느라 밤낮이 없는디, 사내라고 독수공방 헐 것이 멋이다요. 잘했소. 잘 해뿌렀소. 어서 밥이나 묵으씨요. 밥 묵고 나허고도 한번 헙시다.”

주모의 눈이 갑자기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여자가 그럴 때는 아랫녁에 허기가 졌다는 뜻이었다. 사내와의 살풀이를 머리 속에 그리느라 아랫녁 물구멍에 물기가 배어나올 때라는 것을 강쇠 놈은 알고 있었다.

‘헐수 없제. 계집 복 많은 놈언 넘어져도 조개밭에 넘어진당깨,

흐흣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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