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647>밤마동 지랄발광
가루지기 <647>밤마동 지랄발광
  • <최정주 글>
  • 승인 2003.12.16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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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27>

제법 눈에 불을 켜고 덤비는 폼이 그 동안 강쇠 놈의 질펀한 방사소리 때문에 마누라한테 괄세깨나 받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이눔아, 쥐새끼도 그리 요란시럽게넌 안 헌다. 쥐새끼도 아닌 사람새끼가 쥐새끼 멋허듯이 동네방네가 시끌짝허도록 지랄얼 헌단 말이냐? 너 이놈, 오널 내 손에 잘 걸렸다. 니눔의 잘 난 몽둥이로 계집년만 쥐어팰 생각말고 내 몽둥이 맛도 좀 보그라.”

사내가 지게 작대기를 높이 치켜 들었다. 그러나 한번은 엉겹결에 맞았지만, 두 번을 계속해서 맞을 강쇠 놈이 아니었다.

비록 잡놈으로 굴러 먹었지만, 산전 수전 다겪은 강쇠 놈이었다. 그 동안에 양반집의 하인놈이나 부자 집의 머슴 놈들이 휘두르는 몽둥이를 어디 한 두번 피해보았던가? 사내가 몇 번 헛 작대기질을 했다. 성질만 그럴 뿐, 실상은 싸움질도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흐따, 아자씨도 참, 내가 먼 죄가 있다고 이러시요, 하며 피하는 강쇠 놈을 한 대도 패지 못하고 숨만 씩씩거릴 뿐이었다.

사내가 잠시 한숨을 돌리는 틈을 타서 강쇠 놈이 말했다.

“먼 일인가넌 몰라도 내가 아자씨를 곤란허게 맹글았다면 죄송시럽소. 허나 관아의 사또가 죄인얼 닥달헐 때도 선언 이렇고 후넌 이렇다고 잘잘못얼 개려가꼬 곤장얼 치드래도 치는디, 자다가 봉창을 뜯는 것도 아닌디, 느닷없이 지게 작대기로 후려패기부텀 해서야 되겄소.”

“뭐시여? 이 씨부랄 놈아. 어디서 저절로 뚫린 주둥이라고 함부로 놀리고 있냐? 개만도 못헌 놈아.”

사내가 다시 지게 작대기를 치켜 들었다. 강쇠 놈이 여차하면 피할 궁리를 하며 흐 웃었다.

“아자씨도, 먼 그런 괘꽝시런 말씸얼 다 허시요? 이놈언 그래도 개거치넌 안 했구만요. 개덜이사 사람덜이 지나댕기넌 골목에서도 허고, 과부 잠 자는 방문 앞에서도 허고 그럽디다만, 이놈언 사람덜이 보는 앞에서넌 안 했소.”

“저, 저런 쳐쥑일 놈이.”

사내가 지게작대기를 들고 쫓아왔다. 그만큼 뒷걸음질을 치면서 강쇠 놈이 이죽거렸다.

“아, 참말로 내가 먼 잘못이 있다고 그러시요? 어디 내막이나 들어보십시다. 이놈이 정말 아자씨헌테 맞을 짓얼 했으면 꼼짝않고 맞아주리다. 이놈이 아자씨네 밥얼 훔쳐 묵었소? 아니면 닭얼 서리해 묵었소? 그것도 아니면 아짐씨럴 훔쳐 묵었소?”

“이눔아, 니 눔 땜이 내 마누래가 밤마동 지랄발광이여.”

“지랄발광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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