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648>그 오묘한 이치가
가루지기 <648>그 오묘한 이치가
  • <최정주 글>
  • 승인 2003.12.17 17: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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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28>

“그려, 이눔아. 낮으로넌 멀쩡허다가도 밤만되면 눈에 불을 켜고 뎀빈단 말여. 니눔처럼 해보라고, 니눔처럼 자기럴 극락에 한번 보내돌라고.”

사내가 지게작대기를 발 밑에 툭 던지고 논두렁가에 털썩 주저 앉았다. 강쇠 놈이 조촘조촘 조심스레 다가가 한 발 남짓 떨어져 엉덩이를 논두렁에 걸쳤다.

“아짐씨가 극락에 보내돌라면 보내주면 될 것이 아니요? 그것이 멋이 에렵다고.”

“이눔아, 내가 죽을 용얼 다 써도 극락언 커녕 구름 한번 못타는데 어쩌란 말이냐? 너헌테넌 특별헌 재주라도 있냐?”

“재주넌 먼 재주가 있겄소. 그냥 물건이 쪼깨 퉁겁고, 쪼깨 긴갑소.”

말끝에 강쇠 놈이 빙긋 웃었다. 

“나도 물건언 넘헌테 안 빠지는구만.”

“아자씨 껏도 길고 퉁겁소?”

“이 근동에서넌 내 물건얼 따라올 사내가 없제. 한번 보여주까?”

사내가 느닷없이 바지춤을 내리고 거무튀튀한 물건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아닌게 아니라 사내의 물건은 거대했다. 제 딴에는 제 놈 물건을 따라올 사내가 조선천지에는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강쇠놈도 혀를 내두를만큼 대물이었다.

“흐따, 물건 한번 참으로 좋소. 어지간헌 여자넌 아자씨 물건만 보고도 아랫녁 웃녁으로 침얼 질질 흘리겄소. 내가 숱헌 잡놈얼 만내보았소만, 사내 연장이 또 아자씨만헌 놈언 보덜 못했소. 이런 몽둥이로 얻어맞고도 지랄발광이면 아짐씨가 색골인갑소.”

강쇠 놈이 탄성을 내질렀다. 

“색골?”

사내가 그것은 또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색골도 모르는 것을 보니, 사내는 남녀간의 아랫녁 송사에는 젬병인 모양이라고 강쇠 놈은 짐작했다. 그냥 방아확에 방아고를 박아놓고 냅다 찧기만하면 알곡이 저절로 찧어지는 것이라고 믿고 있음이 분명한 사내였다.

하다못해 보리방아를 찧드래도 알곡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확 주변을 손으로 쓸어주어야하고, 물기는 적당한가, 너무 약하게 찧어 찧는둥 마는 둥 하는 것은 아닌가, 너무 세게 찧어 알곡이 부스러지는 것은 아닌가, 속도와 강약을 조절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물며 살방아임에랴, 그 오묘한 이치가 보리방아에 비하겠는가? 아무래도 사내의 방아고놀림이 서투른 모양이라고 강쇠 놈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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ㅆㅍ 2013-05-16 06:25:49
연재 할라거든 빼먹지도 말고 연번도 제댈로 먹이시요.
이렇게 성의가 없어서여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