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51>“밥 뜸들이듯이 말인가?”
가루지기 노래 <651>“밥 뜸들이듯이 말인가?”
  • <최정주 글>
  • 승인 2003.12.21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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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31>

“밥 뜸들이듯이 말인가?”

“하먼요. 밥이 한번 끓었다고 그냥 묵을 수는 없지라. 허듯이 여자도 뜸얼 디려야헌당깨요. 아자씨 연장이 스자마자 헐라고허지 말고, 내가 얘기헌대로 뜸얼 디리다가 아짐씨가 숨얼 핵핵거림서, 해주씨요, 시방 해주씨요, 사정얼 험서 아자씨의 연장얼 밭고랑으로 이끌면 그때사 못 이긴듯이 밭얼 갈면 된당깨요.”

“허허, 그런가? 이불 속 송사에도 그런 사정이 있었던가? 흐흐 참. 별 일이로세.”

'밭얼 갈기시작허고도 아자씨 기운만 믿고 무작정 빨리 갈라고만 허지말고, 아짐씨럴 살펴감서 깊이도 갈고, 얕게도 갈며, 가끔언 쟁기날얼 고랑에 박아논 채 움죽거리기도 해보고라, 빨리도 갈았다가 천천히 갈기도 허고 말이요. 암튼지 아짐씨가 그만그만 험서 온 몸얼 부르르 떨다가 눈얼 하얗게 치켜 뜨고 꺽꺽꺽 울다가 고개가 한 쪽으로 돌아가면 그때 방사럴 허면 될 것이요.'

“방사라는 말언 나도 알겄구만. 헌디, 내 연장언 마누래의 거시기에 들자마자 몇 번 깝죽거리면 탱탱해져가꼬 싸뿌리는디.”

“긍깨, 아짐씨헌테 구박얼 당허는 것이요. 사내 중에 젤로 못 난 사내가 문전에 들자마자 싸부리는 사내지라. 밥 빌어다 죽도 못 끓여묵을 사내지라.”

강쇠 놈이 혀를 끌끌차며 몸을 일으켰다.

사내가 따라 일어서며 물었다.

“바로 안 싸는 재주도 있능가?”

“있기야 허제요만, 입 아프그로 떠들어봐야 탁배기 한 잔도 안 생기는디, 말 허기 싫소.”

강쇠 놈이 인월 쪽으로 두어 걸음 옮겼다. 사내가 다가와 덥썩 손을 잡았다.

“흐참, 사람도. 아, 사면 될 것이 아닌가. 언제 인월 장날 함께 나가세. 내가 삼거리 주막에서 걸게 한 잔 삼세.”

“아자씨도 삼거리 주막얼 아시요?”

강쇠 놈이 속으로 웃었다. 주모가 사내의 연장을 보았다면 그대로 두었을리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나넌 한번도 안 가봤네만, 주모가 곱다고 하더군. 쓸만헌 사내넌 돈도 안 받고 술얼 공짜로 준다고도 허고.”

“그런답디까? 주모가 아자씨의 연장얼 보았으면 날마다라도 술얼 공짜로 줬겄소.”

강쇠 놈이 사내를 주모에게 붙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술얼 공짜로?”

사내가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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