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653>손장난얼?
가루지기 <653>손장난얼?
  • <최정주 글>
  • 승인 2003.12.2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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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33>

느닷없이 지게작대기로 후려패는 통에 말문이 틔여 속사정을 알게 된 사내였고, 유난히 사내를 밝히는 인월주모가 떠올라 무심코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권해본 것 뿐이었다.

강쇠 놈이 젊어 청춘, 어쩌고 흥얼거리며 느릿느릿 양반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사내가 이보게, 함꼐 가세, 하고 쫓아왔다.

강쇠 놈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그사이에 사내가 무명바지저고릴 망정 깨끗한 걸로 갈아입고 숨이 턱에 닿게 달려오고 있었다.

“자네가 간직허소. 한냥 반이네.”

사내가 엽전꾸러미를 소매춤에서 꺼내어 건네 주었다.

“먼 돈이다요?”

“묵고 죽을래도 내 집에넌 그것 밖에 없네.”

“돈언 필요없당깨요.”

“내가 자네헌테 배운것도 많은디, 술꺼정 신세럴 져서야 되겄능가? 받아두소.”

사내가 기어코 강쇠 놈의 손에 엽전꾸러미를 쥐어 주었다.

그걸 사내에게 돌려주며 강쇠 놈이 말했다.

“아니구만요. 술과 밥언 어뜨케던 공짜로 묵게헐 것인깨요. 이것언 아자씨가 간직허씨요. 주모가 그럴 사람언 아니제만, 술값 밥 값얼 돌라고 허면 이놈이 내지요.”

“흐참, 보기보담 자네가 사람이 좋구만. 동네 사내덜이 자네럴 쎄려쥑인다고덜 허든디, 맞아죽어야헐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구만.”

“그리 생각해주시니 고맙구만요. 마누래의 감청소리가 커서 글제, 이놈이 어찌 동네사람덜헌테 폐럴 끼치겄소. 앞으로넌 방사럴 헐 때넌 마누래의 입부텀 막아야겄구만요.”

“그러소. 자네가 방사럴 허는지 어쩌는지, 동네 여펜네덜이 모른다면 남정네덜이 자네헌테 해꼬지헐 일도 없을거구만.”

“조심허제요.”

강쇠 놈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늘을 향해 흐 웃었다.

“헌디, 말이여. 살방애럴 찜서 천천히 찧는 방법도 있능가? 마누래가 숨이 꼴까닥 넘어갈 때꺼정 헐 수도 있능가?”

“하먼요. 사내가 허기 나름이지라.”

“나넌 그것이 안 되드란 말이시. 마누래의 살집에 살몽둥이를 넣자마자 싸뿌린당깨.”

“허면 손장난얼 한번허고 나서 아짐씨럴 안아보시씨요.”

“손장난얼?”

사내가 모르겠다는 낯빛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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