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655>사내가 입맛을 쩝 다셨다.
가루지기<655>사내가 입맛을 쩝 다셨다.
  • <최정주 글>
  • 승인 2003.12.2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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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35>

“그러씨요, 성님. 이 동상만 믿으씨요.”

“좋구만, 좋아.”

사내가 하늘을 향해 흐 웃었다. 그런 사내의 모습에 강쇠 놈도 기분이 좋았다. 오랫만에 사람다운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강쇠 놈의 그런 기분은 주막에 도착할 때까지도 계속 되었다.

“들어가십시다, 성님.”

막상 주막의 사립 밖에서 멈칫거리는 사내의 손을 잡아 끌며 강쇠 놈이 당당한 걸음으로 앞장서서 주막으로 들어섰다.

“주모 있소?”

강쇠 놈의 고함에 안방 문이 벌컥 열리고 주모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이것이 누구랴? 강쇠 총각이 아니드라고?”

주모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몇 번 깜박이다가 맨발로 달려 나와 손을 덥썩 잡았다.

“하이고, 아짐씨도 참. 성님이 보는디서 손얼 잡고 그러시요이.”

강쇠 놈이 사내를 돌아보았다.

“동상얼 칙사대접허네. 나넌 똥친 막대기 보듯허고.”

사내가 입맛을 쩝 다셨다.

“미안시럽소, 아자씨.”

그제서야 주모가 사내에게 아는 체를 했다.

“미안헐 것이 있다요? 아짐씨가 내 동상얼 많이 좋아허는갑소이.”

“좋아허고 말고라. 시상에서 젤로 좋소. 헌디, 왜 인자사 왔소? 

총각.”

주모가 벌써 눈에 물기를 담고 물었다.

“아, 나럴 쎄려쥑인다는 사람이 있는디, 어뜨케 오겄소?”

강쇠 놈이 옹녀와 아랫녁을 맞추는 정사령놈을 반 주검얼 시켜 내쫓았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정사령?”

“아짐씨도 아요이. 흐기사 아짐씨가 맹근 사단이었응개, 잘 알겄제요.”

“내가 멀 어쨌다고, 사람 염치 없그로 맹그는구만. 헌디, 정사령언 걱정허덜 말어. 온병신이 되어 방안에 누워서 산깨.”

“그래라? 사람얼 못 살게 굴더니, 천벌얼 받았는갑소.”

“먼 일인가넌 몰라도 하루는 새벽이 다되어서야 죽을상으로 기다시피 집으로 돌아왔는디, 잠 한 숨 잘 자고 나서도 일어나지럴 못허드랑구만. 음전네가 똥오짐 받아내느라고 고생이 많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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