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57>사내라면 사족을 못 쓴당깨라
가루지기 노래 <657>사내라면 사족을 못 쓴당깨라
  • <최정주 글>
  • 승인 2003.12.28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 강쇠의 전성시대 <37>

“여그넌 조용헐 것이구만. 저것덜언 명색이 한량이람서도 불한당이나 마찬가지랑깨. 투전얼 허다가 쌈이 붙으면 멱살잡이럴 헌당깨요. 방언 따땃헐 것이요. 쪼깨만 지달리씨요. 장국밥에 한 상 채려오리다.”

주모가 강쇠 놈을 향해 눈을 찡긋하고 돌아갔다.

“주모가 동상헌테 잘 허네.”

사내가 말했다.

“주몬깨 글제요. 손님헌테 잘해야 자주 오제요.”

강쇠 놈의 대꾸에 사내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냥 손님얼 대허는 폼이 아닌디. 내가 색얼 잘 모르기넌해도 동상한테 단단히 빠져있구만, 그래. 눈에 물기가 촉촉히 괴는 것이 아랫도리도 고픈 것 같고.”

“흐흐, 성님도 별말씸얼 다허시요. 이놈언 상관허지 말고 성님이 허시고 싶은대로 해보시씨요. 오널언 순전히 성님얼 위해서 왔응깨요, 이놈 생각언 허지 마씨요. 주모가 물건 큰 사내라면 사죽을 못 쓴깨, 성님언 아매 원님 대접얼 받을 것이구만요.”

“원님언 무신.”

사내가 얼굴을 붉히며 흐 웃었다. 

땅이나 꾸역꾸역 파고 살던 사내에게는 제법 그럴듯한 주막이며 주모가 별천지나 되는 듯이 가슴설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강쇠 놈이 물었다.

“성님, 아까막시 내가 헌 말언 안 잊어묵었지요?”

“먼 말?”

사내가 되물었다.

“살방애럴 찔 때 말씸이요. 쌀까말까 다급해지면 엉뚱헌 생각얼 허시라는 말씸말이요.”

“아, 그것. 동상 말대로 해보기넌 허겄제만, 그것이 내 맘대로 될랑가?”

“심얼 써봐야제요. 주모가 원체 많은 사내럴 겪어서 문전에 들자마자 방사럴 해뿔면 참말로 똥친 막대기 대접얼 받을 것이구만요.”

“동상이 짐치국부텀 마시는 것이 아니여? 주모가 나겉은 놈헌테 속곳얼 벌려주겄는가?”

사내가 입맛을 쩝다셨다.

“사내라면 사족을 못 쓴당깨라. 암튼지 주모가 살려돌라고 손얼 썩썩 비빌때꺼정만 버티씨요이. 그러면 당장에 성님얼 원님 대접얼 헐 것이랑깨요. 앞으로 인월 주막에서 술언 얼매던지 공짜로 마실 것이고라.“

“동상 말대로만 됨사, 얼매나 좋겄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