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63>그것을 꼭 움켜쥐면서
가루지기 노래 <663>그것을 꼭 움켜쥐면서
  • <최정주 글>
  • 승인 2004.01.05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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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43>

강쇠 놈의 말에 알아요, 안구만요, 이 밤에 서방님 아니면 누가 있어 날 찾아오겄소, 하며 음전네가 사립을 열었다.

“오랫만이구만. 잘 지냈제?”

강쇠 놈이 음전네를 꽉 부등켜 안으며 물었다.

“잘 못 지냈구만요. 하루에도 열두번씩 서방님만 생각했구만요. 
왜 인자사 오셨소?”

“임자가 무서워서 못 왔구만.”

“네가 멋이 무서라? 무섭기넌.”

“낫으로 내 연장얼 짜르겄다고 허까싶어서, 흐흐흐흐.”

“설마, 서방님이 미워서 낫을 휘둘렀겠소? 눈에서 불이 확 난깨 그런 것이제요.”

“안구만, 알아.”

강쇠 놈이 입으로 입을 막고 손으로 가슴을 더듬었다. 음전네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들어가십시다, 방으로.”

“서방님언? 아파서 누워있다고 주모가 글던디.”

강쇠 놈의 입에서 주모라는 말이 나오자 음전네의 눈이 번들거렷다.

“펄새, 주막에 댕겨왔소? 허면 알짜배기넌 주모헌테 주고 빈 껍데기만 왔겄소이.”

“먼 소리럴? 요놈얼 보고 말얼허라고.”

강쇠 놈이 음전네의 왼 손을 끌어다가 제 사타구니 사이에 놓아주었다. 반갑소, 아짐씨, 하며 거기기 놈이 고개를 끄덕끄덕 반겼다.

그것을 꼭 움켜쥐면서 음전네가 다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고맙소, 고맙소, 서방님. 어서 방으로 들어가십시다.”

“서방언 어쩌고?”

“그 병신언 죽은 것이나 매한가지요.”

“흐흐, 그래? 못된 짓얼 밥 쳐묵듯이 허더니, 기언시 벌얼 받는갑만.”

이래도 되는 것인가? 아무리 잡놈일망정 사람은 사람인데, 사람이 짐승같은 짓을 해도 하늘이 가만히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강쇠 놈이 음전네의 손에 끌려 방으로 들어갔다. 몸은 병신일망정 정신은 말똥말똥한 정사령 놈이 눈을 크게 뜨고 올려다 보았다.

“앉으씨요, 저 자구넌 상관허지 말고라.”

강쇠 놈을 방바닥에 주저 않힌 음전네가 정사령놈의 옆구리를 잡고 뒷문 쪽으로 죽 밀었다. 정사령이 입을 쩍쩍 벌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런 정사령 놈을 들여다 보며 강쇠 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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