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66>마누래럴 올라타고 있드랑깨
가루지기 노래 <666>마누래럴 올라타고 있드랑깨
  • <최정주 글>
  • 승인 2004.01.08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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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46>

“주모가 설령 안다고 헌들 갈쳐주겄능가? 맛 있는 음석언 혼자 묵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맴뽀인디.”

“주모허고넌 만냈지요?”

음전네가 눈을 뜨고 빤히 바라보았다. 순간 강쇠 놈이 잠깐 망설였다. 사실대로 한번 만났다고 실토하면 음전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다. 어쩌면 천하의 잡놈이라고 다시 낫을 들고 물건을 자르겠다고 나오는 것은 아닐까, 얼핏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계집을 꼼짝 못하게 품고 있는 중이었다. 설령 계집의 투기가 하늘을 찌를지라도 낫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지는 못 할 것이었다.

“딱 한번 만냈구만. 어찌 알았는지 내가 사는 집으로 찾아왔드라고.”

“그랬구만이라? 그 썩을 인간이 그럼서도 모른다고 시치미를 뗏구만이라.”

음전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임자가 겁이 났겄제. 낫을 들고 설칠까 싶어서.”

“내가 아무 때나 낫얼 들고 날뛰간디요? 눈에 뵈는 것이 없을 때 말이제라. 내가 이녁얼 얼매나 그렸는디라. 넘이 묵다 남긴 남치기라도 한소꼼만 묵고 싶었소.”

“내가 음석이간디, 묵기넌 멀 묵어? 참, 임자의 서방놈도 한번 왔었구만.”

강쇠 놈의 말에 음전네가 흠칫 어깨를 떨며 물었다.

“저 자구가 말씸이요?”

“그랬당깨. 하루넌 산에 가서 나무럴 한 짐 해가꼬 오는디, 방안에서 요상시런 소리가 들리더란 말이시. 그 소리가 하도 요상해서 문얼 벌컥 열어본깨, 저 놈이 내 마누래럴 올라타고 있드랑깨.”

강쇠 놈의 말에 음전네가 눈을 크게 떴다.

“마누래도 있었소? 총각이라고 안 했소?”

“그때넌 그랬는디, 지리산으로 들어가다가 하나 만냈구만. 길가다가 돈 줍듯이 하나 주웠구만.”

“그래라우? 복 있는 년언 자빠져도 까지밭에 자빠진다고 글드니, 이녁이 그랬는갑소이. 그 산 속에서도 주워 묵을 계집이 있는 것얼 본깨요. 그래서요? 저 자구가 이녁 마누래럴 올라타고 있어서 어쨌소? 혹시 몽둥이로 죽어라고 후려팬 것언 아니요? 한 달이나 전이던가요? 새벽녁에 끙끙 앓으며 들어와서는 드러눕더니, 저 꼴이 되어뿐졌소.”

“맴으로야 쎄려쥑이고 싶었제만, 나도 지은 죄가 있는디, 어뜨케 그러겄어? 말로 점잖게 나무래고 말았구만. 나리허고 나허고 인자넌 서로간에 빚진 것도 없고, 빚 갚을 것도 없다고 말이여. 헌디 내 마누래도 임자만큼 색얼 좋아허는 구만. 정사령의 아덜 잠지로넌 문전도 못 데럽힌당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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