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79>죽을 둥 살둥 방아를 찧고
가루지기 노래 <679>죽을 둥 살둥 방아를 찧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4.01.27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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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59>

아, 하고 가느다란 신음을 내뱉던 주모가 두 팔로 강쇠 놈의 등짝을 꽉 부등켜 안았다.

“깨어났소?”

강쇠 놈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묻자 주모가 몸을 푸들푸들 떨었다.

“이대로 그냥 죽었으면 좋겄소. 이대로 그냥.”

“그런 소리마씨요. 살라고 태어난 목심인디, 죽어서야 쓰겄소.”

“여그가 극락인디, 시방이 극락인디, 이대로 죽으면 복받은 것이제요. 나 한번만 더 죽여주씨요.”

“그럽시다. 사실언 어제밤에 방사럴 못했소.”

강쇠 놈의 말에 주모가 반색을 했다.

“방사럴 못해라? 왜라?”

“정사령 놈이 두 눈 번히 뜨고 바라봐서라.”

“천벌얼 받는 것이제라. 그 놈이 오직이나 못 된 짓얼 했간디요. 벙거지 쓴 것도 벼실이라고 오직이나 위세럴 떨었간디.”

“등골이 서늘헙디다.”

“그랬을 것이요. 송장이나 마찬가지라도 서방언 서방인깨. 음전네가 좋다가 말았겄소이. 나야 좋지만.”

“음전이 아짐씨넌 극락에 갔었지라. 나만 방사럴 못했제요.”

“흐기사, 음전네가 극락구경얼 못했으면 총각얼 나헌테 보낼리가 없지라. 방사도 못했으면 요놈이 섭섭했겄소.”

주모가 살집으로 거시기 놈을 갉작이며 호호 웃었다.

“허면 그놈도 재미 좀 보그로 맹글아 주까요?”

강쇠 놈이 거시기 놈을 움죽거리며 물었다.

“그씨요, 그씨요. 한 번 더 죽어봅시다.”

주모가 아랫도리를 벌렸다 오무렸다 하며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강쇠 놈이 조금이라도 빨리 방사를 하고 잠이나 한 숨 자야겠다고 작정하고 죽을 둥 살둥 방아깨비 방아를 찧어댔다. 어응어응, 주모가 울음반의 신음을 내뱉았다, 얼마를 그랬을까.거시기 놈이 어어어어어하며 다급하다는 신호를 보내왔고, 강쇠 놈
이 아짐씨, 나 시방 싸요이, 하고 내뱉으며 아랫도리를 쭉 뻗었다. 끄억끄억. 주모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두 다리로 강쇠 놈의 아랫도리를 휘감았다가 한숨을 내쉬며 몸에서 힘을 뺏다. 주모의 살집이 강쇠 놈의 진기를 다 빨아들일 듯이 움죽거렸다.

강쇠 놈이 주모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숨이 갈아앉자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 졌다.

‘아, 이대로 한나절만 자고 싶구만이.’

강쇠 놈이 중얼거렸다.

아랫녁 윗녁을 맞붙인 채 단잠에 빠져있던 두 사람이 깨어난 것은 것은 문 밖이 환히 밝아 올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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