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81>이거 큰 일났구만
가루지기 노래 <681>이거 큰 일났구만
  • <최정주 글>
  • 승인 2004.01.29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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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61>

강쇠 놈이 입맛을 쩝 다시며 일어나 앉았다. 아랫배가 불룩하니, 금방이라도 오줌보가 터질 것같아 몸을 일으키는데, 밖에서 주인을 찾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건 말건 강쇠 놈이 급한 마음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장국밥 백이 안 되는디, 드실라요?”

주모가 물었고, 비단옷에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린 여자가 주씨요, 하고 대꾸했다. 그 목소리가 어쩐지 귀에 익은 강쇠 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뒷간으로 가서 소피를 보고 나오는데, 조금 전의 여자 손님이 아랫채 술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뒤를 흘끔 돌아보았다.

‘어? 양반집 아씨네.’

강쇠 놈의 머리 속으로 그런 생각이 흘러가는데, 여자가 벗으려던 신발을 다시 신고 돌아섰다.

“총각, 강쇠 총각.”

여자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 그 소리를 들은 것일까. 부억에서 주모와 음전네가 동시에 뛰어 나왔다.

‘흐이고, 이거 큰 일났구만이. 함양서도 머리채 잡고 싸우는 걸 보고 줄행랑얼 쳤는디.’

강쇠 놈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있는데, 여자가 달려 와 손을 덥석 잡고는 눈물을 글썽였다.

“그동안 어디에 계셨어요. 제가 얼마나 찾은 줄 아세요?”

“그랬십니껴? 양반집 아씨가 순 쌍것얼 찾아서 어따 써묵을라고 찾으셨당가요?”

강쇠 놈이 슬그머니 손을 빼내며 부억에서 달려나온 두 여자의 눈치를 살폈다. 주모와 음전네가 서로 마주보고 눈짓을 하더니, 다가왔다.

“댁네는 누구신디, 임자있는 남정네의 손을 잡고 난리당가요?”

주모가 눈꼬리를 치켜 뜨고 곱지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좀 아는 사이요.”

여자가 대꾸했고, 이번에는 음전네가 나섰다.

“좀 아는 사이람서 보자마자 십년만에 서방님을 만내는 것맨키로 손얼 잡고 근다요? 얼굴치레 옷치레럴 본깨 양반집의 안방마님이 분명헌디, 허는 행실언 들병이 짝이요이.”

음전네가 금방 여자의 머리채라도 잡을 듯이 설쳤다.

“보어헌깨, 이 사람허고 먼 일이 있었는개빈디, 시방언 어림도 없소. 반가해봐야 국물도 없을 것인깨, 일찌기 냉수묵고 속챙기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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