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83>사내놈의 진기를 쪽쪽 빨고
가루지기 노래 <683>사내놈의 진기를 쪽쪽 빨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4.02.01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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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뿌린대로 거두기 <1>

“내가 이 은혜는 천배 만배로 갑지라우. 머리카락얼 잘라 신발얼 삼아디려서라도 갑제라우. 아심찬허요. 참말로 아심찬허요.”

옹녀 년이 머리까지 조아리며 포수 박가에게 말했다.

“이만허기 다행이지라우, 내가 머 헌 일이 있는가요? 이렇게 살아주신 것만도 감지덕지구만요. 내가 외려 고맙구만이라.”

포수 박가가 얼굴까지 붉히며 대꾸했다.

“그런 말씸 마시씨요, 아자씨가 아니면 이년언 꼼짝없이 죽은 목심이었구만요. 그날 이년이 발얼 헛디뎌 벼랑으로 떨어져 몸뗑이가 만신창이가 된 채 정신을 노코있을 때 아자씨가 이년얼 못 봤이먼 호랭이 밥이 되었던지, 아니면 얼어죽었을 것이구만요. 흐이구, 사람겉지도 않헌것덜. 아무리 이년이 상년의 계집이고, 주막에서 사내놈덜의 아랫도리 뒤치다꺼리나 해묵고 산다고 해도, 사람이 어찌 사람얼 내뿐지고 즈그덜만 가뿐진다요? 이년언 인자 그럴라만요. 갓쟁이덜허고넌 안 놀랑구만요. 천금얼 준대도 싫고 억만금얼 준대도 싫소.”

새삼 옹녀 년이 이를 득득 갈아제꼈다. 그날 일만 생각하면 새삼 가슴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제 딴에는 그래도 사내들을 생각하고 요분질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사내놈의 진기를 쪽쪽 빨고 싶은 것도 참고 입으로만 좋소, 참으로 좋소, 하며 거짓 감창으로 이놈도 좋다, 저 놈도 좋다, 갓쟁이 네 놈한테 아랫녁 공양을 했었다.

어차피 제 놈들의 입으로 우리는 모두가 구멍동서들이니, 체면 따질 것도 없고, 조선비가 너한테 각별하다고 하여 눈치볼 것도 없니라, 미리미리 그러기로 작정하고 함양에서 기생년도 부르지 않았느니라, 하는 이선비의 말대로 이놈이 옆구리 찌르면 바위 사이 다복솔 밑으로 따라가고, 저 놈이 옆구리 찔러도 바위 사이 다복솔 밑으로 따라가 속곳을 내려주었다.

천렵판은 그런대로 잘 돌아가고 있었다. 이놈도 한 잔, 저 놈도 한 잔 주는대로 마시다보니, 옹녀 년도 제법 술기운이 올라 나중에는 되지도 않은 춤까지 사내들의 손사위에 맞추어 덩실덩실 추다가 이놈도 안고 볼을 부비다가, 저 놈도 안고 볼을 부비다가 내가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간디, 이리 대접얼 받음서 산다요, 앞으로도 우리 다정허게덜 지냅시다, 선비님덜이 부르시면 백리 밖에서라도 달려가지라우, 천리 밖에서라도 달려가지라우, 하면서 제 흥에 겨워 엉엉 울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선비들의 집에서 따라 온 머슴놈들이 천렵판을 거두어 제 주인놈들을 부축하여 가고 옹녀 년이 비틀걸음으로 따라오며 함께 갑시다, 이년도 델꼬 가시씨요, 하면서 뒤를 따르던 것까지는 또렷이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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