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85>약초뿌렁구럴 찧어 붙이고
가루지기 노래 <685>약초뿌렁구럴 찧어 붙이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4.02.03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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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뿌린대로 거두기 <3>

“겁나게 아플 것이요. 내가 의원헌테 들은 소리넌 있어가지고 이
것저것 어혈진데 좋다는 약초뿌렁구럴 찧어 붙이기넌 했소만, 탕약에 비허겄소?”

박가의 말에 옹녀 년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제만, 오짐보가 터질것같소. 그냥 방에다 싸
게 생겼소.”

“그래라우? 요강이라도 갖다디리끄라우?”

포수 박가가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그래주심사 고맙지라우. 아자씨 앞에서 헐 짓언 아니오만, 이년이 꼼짝얼 못허니 어쩌겄소?”

옹녀 년의 얼굴도 붉어졌다. 다른 사내들 앞에서는 속곳을 벗어도 낯색 하나 변하지 않더니, 포수 박가 앞에서는 새삼 낯가림을 하는 것이었다. 그날부터 옹녀 년은 포수 박가한테 똥오줌 수발을 다 받아가며 몸을 추스렸다. 다행이 크게 부러지고 상처난 곳이 없어, 한 달남짓 지나자 혼자서도 뒷간 길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포수 박가가 은근히 그만 떠나가 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다.

열흘 쯤 전엔가는 강쇠 놈을 찾아 산내골을 다녀오기도 했다. 옹녀 년이 혼자서는 못 가겄고, 미안시럽소만 마천서 서너식경얼 가면 내 집이 있응깨, 사람덜헌테 물어보면 갈쳐줄 것인깨, 이년의 서방님헌테 내가 이런 처지란 걸 말씸디리고 날 좀 델로 오라고 해주실라요, 해서 보냈는데, 해질녁이 다 되어 돌아온 박가가 말했다.

“아짐씨 서방님언 집에 없습디다. 동네 사람헌테 물은깨, 인월주막에서 산다고 그럽디다.”

“그래라우? 그 자구가 그럴 줄 알았구만이라우. 몸써리 나는 놈의 인간겉으니라구. 지 마누래가 낙상얼하여 다 죽는 줄도 모르고 딴 계집의 아랫녁얼 파니라고 정신이 없는 갑구만요. 이년의 팔자가 그렇구만요. 모른 사람언 이년이 사내헌테 환장해서 갈보짓얼 헌다고 욕얼 헌갑습디다만, 이년이 그 짓이라도 안 허면 묵고 살 길이 없당깨요. 아자씨, 참말로 미안시럽소만 이년이 혼자서도 움직일수 있을 때꺼정만 사정얼 봐주씨요. 보답언 허리다. 그동안 믹여주고 입혀주고, 똥오줌 수발꺼정 다 해주신 은공언 갚지라우.”

옹녀 년이 말 끝에 속곳 주머니에 간직하고 있던 금가락지 가운데 하나를 꺼내어 포수 박가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걸 뿌리치며 박가가 말했다.

“이런 것이나 받자고 아짐씨럴 내 집으로 뫼셔온 것이 아니구만요. 얼렁 너두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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