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88>옆얼 살살 문질러보시쇼
가루지기 노래 <688>옆얼 살살 문질러보시쇼
  • <최정주 글>
  • 승인 2004.02.06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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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뿌린대로 거두기 <6>

“시방도 그때만큼 다급허요. 얼렁 주물러보시씨요. 안 그러면 병

이 더 도질랑가 모릉깨요. 아자씨도 이년이 있응깨 귀찮제요? 하루

라도 빨리나사야 내 집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요. 아, 얼릉요. 안 그

러면 석달 열흘동안 아플란지도 모르요이.”

옹녀 년의 재촉에 박가가 멈칫멈칫 다가 앉았다. 잠시 뜸을 들이

던 박가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계집의 등을 꼭꼭 누르기 시작했

다. 옹녀 년이 으이그, 시언허다, 하면서 능청을 떨다가 쪼깨만 우

럴 꼭꼭 눌르씨요, 그 옆얼 살살 문질러보시씨요, 하며 박가의 손길
을 인도하다가 뒤에넌 됐소, 인자넌 앞얼 눌러보씨요, 하면서 슬며

시 돌아 누웠다.

“허리넌 된 것같은디, 인자넌 다리가 콕콕 쑤신 것이 아픈기가 다

리로 내려왔는갑소. 발구락에서부터 살살 주물러보시씨요.”

옹녀 년의 말에도 박가가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햇다. 등쪽과는 달

리 앞 쪽까지 주무르기는 망설여지는 모양이었다. 그런다고 물러날

옹녀 년이 아니었다. 아, 여그럴 뿌러질만큼 꼭꼭 눌러돌라는 말씸

이요, 하면서 박가의 손을 끌어다 허벅지 사이에 놓아주었다, 박가

가 어따 뜨거라, 하며 엉덩이짓으로 물러났다.

옹녀 년이 퍼르르 화를 냈다.

“흐따, 아자씨도 참, 그까짓 손구락 좀 애껴가꼬 밥얼 해자실라

요? 국얼 끓여잡수실라요? 아이고, 나 죽겄네. 홰럴 끓인깨 아픈디

가 더 아픈 것 같소. 주무르기 싫으면 그만두시씨요. 이년언 아자씨

네 집에서 석달 열흘얼 살랑깨요. 석달 열흘이 머시오. 삼년 석달

얼 살랑가도 모르겄소.”

옹녀 년이 억지를 부렸다. 그러자 박가가 마지못한 듯 엉덩이짓으

로 당겨 앉았다.

“나허고 살기넌 싫은갑소이. 흐기사 주막에서 몸이나 팔던 년얼

좋아헐 사내가 어딨겄소? 걱정허지 마시씨요. 아저씨허고 함께 살자

고 안 헐 것인깨요.”

“그것이 아니라, 아짐씨는 엄연시 서방님이 계시지 않소. 그래서

그요.”

“흐, 그까짓 서방 있으면 멋헌다요? 즈그 마누라가 다쳐 누워있는

디도 나몰라라허는 서방이 열놈인들 멋허고 백놈인들 멋허겄소. 아

자씨만 좋다고 허심사 아자씨하고 살라요.”

“아니요. 그렇게넌 안 헐랑구만요. 사람의 도리라는 것이 있는

디. 어찌 그런다요.”

포수 박가가 고개까지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면서도 정성을 다

해 계집의 다리를 주물렀다. 허벅지를 주무르다가 무릎을 꾹국 누르

기도 했고, 옹녀 년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 쪼깨만 우로, 쪼깨

만 우로 주물르씨요, 하면 허벅지까지 손길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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