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이란, 무능과 불신을 받는 구 정치세력을 선거를 통하여
참신하고 유능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대체할 수 있는 합법적인 제
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일컫는다.
선거에 있어 정치개혁은 공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대선(大選)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상향식 공천논의가 본격화
되었다. 이번 만은 각 당이 ‘돈 공천’이나 ‘밀실 공천’이 아닌
그야말로 공정한 경선을 통해 공천개혁을 이룩해 내겠다고 일치된
목소리로 강조해왔었다.
그래서 국민도 이번 만은 참신한 신진 정치인들이 공천대상이 될
것으로 믿었다. 기대감 또한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 당의 공천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작금의 정치계 내부
를 들여다보면 참으로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 실망감을 느끼다 못
해 또다시 기만당했다는 분통을 터뜨리는 도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당정치의 구태를 스스럼없이 각 당이 자행하고 있다는 현실에 개
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각 당의 상향식 공천의 대의명분은 국회의원 한 석이라도 확보하
겠다는 당리당략을 의한 것이다.
국가발전과 국민안위를 최우선 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회에서의 1
당이 되기 위한 당리당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듯하다. 결국
각 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내팽개치듯 공천개혁과는 거리가
먼 구태를 또다시 자행하고 있다.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한
채….
정치권의 탐욕이 무한대임을 재삼 확인시켜준 꼴이다.
열린우리당은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상향식 공천 운운했다. 그러
나 우리당은 본격적 공천작업에 들어가면서 출마한 지역이 마땅치
않거나, 경쟁력이 없는 장·차관을 제외하고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
을 비롯하여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관료들을 대부분 총선용 카드로
징발하려는 움직임이 잡히고 있다.
여당부터 공천개혁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외부 영입인사 작업을 하면서 경선 없이 30%는 ‘낙하산
공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규정까지 바꾸어 놓은 것으로 알
려졌다.
한나라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당초 전 지역구에서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었다. 그러
나 총선을 목전에 둔 현재 경선을 최소화하는 원칙으로 번복한 상태
다.
민주당의 경우 박상천 의원 대표 시절 아예 ‘외부영입인사에 대
하여는 경선이 없다’는 식으로 못박았다. 3김(金)시대 구정치 관료
들을 영입하여 지구당 조직책으로 임명하고 있다.
경선 없이 공천될 수 있는 길을 일찌감치 열어놓은 상태였고, 최
근에는 실사대상 지역구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만 경선을 실시키로
하는 등 공천개혁은 이미 실종된 상태다.
각 당이 이와 같이 총선용으로 ‘당선가능성’ 만을 공천의 최우
선 원칙으로 삼으면서 참신하고 유능한 신진정치인보다는 정치적 신
념과 소신, 비전도 가지고 있지 않는 정치인들을 공천하고 있다.
오직 다가오는 4·15총선에서 의석수 확보만을 위해 이벤트와 쇼
멘쉽에 뛰어난 정치인, 정당에 의하여 징발당한 1회용 정치인들의
잔치가 되지 않을까 참으로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