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마천선비들허고 천렵얼 가서 쇠식이 없자 심심했던가, 아님 계집 생각이 났던가, 인월주막엘 갔는갑드만. 갔이면 주막의 주모나 보듬음서 며칠 묵다가 돌아왔이면 얼매나 좋아. 헌디, 인월 각다구덜허고 투전얼 했는갑드만. 강쇠가 물건이사 쓸만허지만 투전얼 해봤겄어, 쌈얼 해봐겄어? 결국에넌 집에 엽전 몇 푼이며 쌀 두어가마까지 싹 실어내다가 바치고 말았는갑드만.”
“그까짓 재물이사 또 맹글면 되지라. 내게 있는 금가락지 세 개만 팔아도 서방님허고 일년언 묵고 살 것이요. 헌디, 똥오짐 수발이라니요? 이년의 서방님이 재물 잃은 것 땜이 끙끙 앓고 계십디까?”
옹녀 년이 묻자 주모가 치마귀에 코를 텡 풀고 대꾸했다.
“몸뎅이만 온전허담사 재물이야 또 모으면 되제만, 내가 보기에 자네 서방언 그것이 아니랑깨.”
“허면 어디가 병신이라도 되었습디까?”
옹녀 년의 가슴이 다시 철렁 내려 앉았다.
“강쇠가 그냥 투전만했어도 그리 모진 꼴언 안 당했을 것인디, 투전판에서 돈얼 잃은 것이 홰가나서 그랬던가, 아니면 하루라도 계집이 없으면 못 사는 난봉기질 땜에 그랬던가, 함께 투전허던 각다구덜의 마누래럴 몽조리 응감얼 했다고 허등구만.”
“응감얼 해라우?”
“차례대로 한 년씩 속곳얼 열었당만. 첨에넌 강쇠가 먼저 찝적거렸는디, 낭중에넌 계집덜이 밥 해놓고, 떡 해놓고 서로 못 델꼬가서 즈그년덜끼리 쌈이 붙었다고 허등가? 결국에넌 그 불한당겉은 투전꾼덜 귀에 들어갔고, 불한당덜이 합세해서 강쇠럴 아조 죽여놨당만.”
말 끝에 주모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해도 싸지라우. 내 언제가는 그 인간이 그런 꼴얼 당헐 줄 알았소. 아조 잘 당했구만요. 아조 잘 당했어라.”
제 년은 다쳐 꼼짝 못하고 있는데 서방이라는 놈은 다른 계집들과 아랫녁 송사를 벌이다가 치도곤을 당했는가, 싶자 옹녀 년은 화가 치밀어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용허다는 인월 의원이 보고 며칠 못 갈 것인깨, 즈그 집에 가져다 눕히라고 해서 주모가 싻꾼얼 사서 구루마로 실어다 눕혀놨다고 글등만.”
“구루마로 실어다 놔라우? 허면 걸음도 못 걷는단 말씸이요?”
“못 걸은깨 구루마로 실어왔겄제. 그 끄저께 내가 소문얼 듣고 가봤더니, 걸음언 겨우겨우 걷등구만. 칙간길은 댕기드랑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