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평가제, 무엇을 평가하나
교사평가제, 무엇을 평가하나
  • 장세진(문학평론가·전주공고 교
  • 승인 2004.0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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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최근 밝힌 교사평가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교원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비해 학부모단체와 교장단, 그리고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찬성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교장단(국?공?사립 초중고교 학교장협의회)은 성명을 통해 “우리 교사들은 외부평가를 받지 않다 보니 무사안일과 나태에 빠졌고, 이는 공교육 부실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교사평가제는 교사들의 실력향상으로 이어져 교육을 살리는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단체(참교육학부모회)는 동료교사에 의한 교사평가제방침에 대해 “교육부는 교사평가의 주체에 학부모?학생을 참여시키고 부적격 교사에게는 정부 부담으로 재교육이나 전직 기회를 줘야 한다”며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신문의 사설들도 대개 같은 논조로 찬성하고 있다. 요컨대 경쟁을 통해 교사들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교육적 활동이 이루어져야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평가제는, 그러나 “욕을 먹더라도 도입하겠다”고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스스로 인정했듯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무엇보다도 교사의 무엇을 평가할지 그 기준이 애매하다. 가령 일반계고등학교에서 서울대 등 소위 일류대 진학지도를 잘 하는 교사가 A등급의 평가를 받는다고 치자. 이는 바꿔 말하면 학생들을 오로지 ‘공부하는 기계’로 몰아세워 채찍을 가하는 교사의 공로를 인정한 셈이 된다.

말할 나위없이 입시지옥,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사교육비 증가를 부채질한 교사가 아주 우수하고 훌륭한 교사로 평가받는 넌센스가 벌어질 판이다. 이를테면 일선 학교에 온존하는 입시지옥의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대책 아닌 대책인 셈이다.

교사평가제에 의한 ‘교사들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교육적 활동’도 말짱 허구이다. 장차 그렇게 가야 할 공교육 활성화 대책이긴 하겠으나 지금 일반계고교에서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교육적 활동’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오히려 그런 교육활동을 하려는 교사는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비근한 예로 학교신문이나 교지, 그리고 문예지도를 맡아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교육적 활동’을 하려는 국어교사는 일반계 고교에서 전입을 받아주지도 않는다. ‘교과서 진도 얼른 끝내고 문제집 풀이 등 수능준비에 바쁜데 무슨 한가한 개수작을 하려는 것이냐’ 따위가 주된 이유이다.

요컨대 0교시와 8?9교시(1~7교시까지가 정규수업이다.)도 모자라 야간자율(사실상 타율이지만)학습까지 온통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는게 일반계고교의 엄연한 현실인데, 무슨 교사평가를 통해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교육적 활동, 나아가 공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학교간 경쟁 등 교육의 시장경제화에는 반대하지만 원칙적으로 교사평가제를 부정하거나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다만 공교육부실의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식의 교사평가제에 반대할 뿐이다. 또한 도대체 무엇을 평가하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

교사평가제를 시행하려거든 우선 학교가 주식회사나 학원이 되어선 안된다는 연장선에서 교사의 평가기준부터 마련하기 바란다. 오로지 승진을 위해 학생들이나 수업내실화보다 교장비위맞추기와 각종 연수에 매달리는 ‘부적격’ 교사는 그때 걸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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