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98>“왜 기운이 팽긴가? 쪼깨만 쉬었다가까?”
가루지기 노래 <698>“왜 기운이 팽긴가? 쪼깨만 쉬었다가까?”
  • <최정주 글>
  • 승인 2004.02.25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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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뿌린대로 거두기 (16)

“벌언 무신 벌. 자네도 함께 끌세.”

“그럽시다. 백짓장도 맛들며 낫다고 그럽디다.”

옹녀 년이 싱긋 웃으며 새끼줄 한 가닥을 잡았다. 그것을 끌고 한참을 내려오다가 옹녀 년이 강쇠 놈을 돌아보았다.

“왜 기운이 팽긴가? 쪼깨만 쉬었다가까?”

강쇠 놈이 물었다.

“이년이사 괜찮소만 몸도 부실허신 서방님이 심들겄소. 쉬었다 갑시다.”

옹녀 년이 먼저 논두렁 풀밭에 엉덩이를 내려 놓았다. 따라서 앉으며 강쇠 놈이 입을 열었다.

“양반님덜허고 질펀허게 놀아서 그런가, 자네 얼굴에 지름기가 번드레헌구만.”

“그요? 서방님언 계집년덜 사타구니에다 진기럴 다 뿌려서 그런지 얼굴이 핼쓱허요이. 꼭 병자맨키요.”

“안 그래도 죽을라다 살아났구만. 마천 주모헌테 다 들었심서 먼 강짠가? 자네가 안 그래도 내가 미안해서 죽겄구만. 미안시럽네. 내가 자네 없는 새에 짐생겉은 짓얼 했구만. 앞으로넌 자네만 봄서 삼세.”

“흐흐흐, 말씸이라도 고맙소. 헌디, 아랫녁언 괜기찮소?”

옹녀 년이 눈으로 슬쩍 강쇠 놈의 사타구니를 훑었다. 아프기 전에는 늘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겨 들고 있어 사타구니가 불룩했는데,

겉으로도 역력히 표시가 났던 서방님의 거시기 때문에 바람 난 계집들의 애간장깨나 녹였는데, 서방님의 바지춤은 옴팡하게 갈아앉아 있었다.

“그 쳐쥑일놈덜의 몽둥이가 쌔리기넌 허리럴 쌔렸는디, 죽기넌 요놈이 죽어뿌리데.”

“그 놈이 죽어뿐졌소? 참말로 그러요? 아이고, 나넌 못 살아. 이런 서방님얼 믿고 어찌 산당가이.”

옹녀 년이 강쇠 놈의 바지춤 속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어 거시기 놈을 만지작거리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계집의 손길에도 놈은 잠잠했다. 강쇠 놈을 만나 몇 달 사는 동안에 놈의 그런 꼴은 또 처음이었다. 방금 방사를 하고 나서도 돌아서면 금방 고개를 치켜들고 껄덕거리던 놈이 쥐죽은 듯이 조용한 것이었다. 아니, 날 잡아잡수, 하고 고개를 쳐박고 있는 것이었다.

“씨잘데기 없는 짓이구만. 마천 주모가 별 짓얼 다 해봐도 끄떡얼 않드랑깨. 인자 나넌 다 산 목심이구만.”

강쇠 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천 주모가 서방님의 요놈헌테 별짓얼 다했다고라?”

짐작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옹녀 년이 짐짓 물었다. 그것이 계집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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