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서방땜이 얼어죽기 딱 맞겄구나. 낼언 인월에 나가 금가락지럴 팔아서 쌀도 사고, 나무도 사고, 약도 사고 그래야겄구만. 서방님만 믿고 있다가는 굶어죽고 얼어죽겄구나.’
옹녀 년이 구시렁거리면서도 남은 쌀로 밥솥에 김을 올렸을 때는 강쇠 놈도 장승 두 개를 장작으로 만들어 부엌 나무간에 쌓아놓고, 흡족한 낯빛으로 흐흐흐 웃다가는 옹녀 년을 뒤에서 가만히 안아주었다.
“애쓰셨소. 그만허면 서방님 허리가 아조 절딴이 난 것언 아닌 것 같소. 밥이나 묵읍시다.”
“그러세, 그러세. 자네가 온깨 집안에 화기가 도는구만. 밥얼 안 묵어도 배가 부르구만.”
“이년도 서방님께 온깨 좋소. 어서 방으로 드십시다.”
옹녀 년이 밥상을 들고 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강쇠 놈이 펑퍼짐한 옹녀 년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받치듯이 떠 받들고 따르는데, 동상,하고 부르면서 박가가 사립을 들어섰다.
“성님, 오시오?”
“응, 밥상 들여가는가?”
“한 술 한 숟가락 함께 뜨실라요?”
“내가 자네 집 사정얼 다 아는디, 그럴 수 있는가? 개럴 두 마리 사놨구만. 한 마리에 두 냥언 돌라고 허든디. 어뜨케허까? 낼이라도 잡으까?”
박가의 말에 밥상을 방바닥에 내려놓은 옹녀 년이 윗목에 던져놓았던 보따리를 풀어 엽전 한 뭉치를 강쇠 놈에게 넘겨 주었다.
“개값언 될 것이구만요. 애쓰신 김에 나무도 몇 짐 디려돌라고 허시씨요. 방이 냉골이요. 벅수 팬 것언 저녁에 군불로 땝시다.”
“허허, 임자가 엽전도 벌어왔는가? 생긴것허고넌 달리 조선비가 씀씀이가 괜찮았는개비구만. 살려두고 종종 엽전이나 얻어쓰세.”
“글라고 안 잡아묵고 그냥 뒀소.”
“그랬는가? 잘 했네. 성님, 애쓰신 짐에 나무도 몇 짐 사주씨요.
한 잠에 두 푼이면 되겄제라?”
“두 푼얼 줌사, 내가 해다 줌세.”
“그러실라요? 고맙소, 성님.”
“자네넌 밥얼 묵게. 군불언 내가 때주고 감세.”
박가가 몇 푼 엽전에 감지덕지하여 군불까지 때주겠다고 나섰다.
옹녀 년이 그런 박가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첨 뵙소만 겁나게 고맙구만요. 앞으로도 종종 우리 일얼 도와주시씨요. 내가 섭섭케넌 안 허겄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