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701> 허리춤을 여미며
가루지기 노래 <701> 허리춤을 여미며
  • <최정주 글>
  • 승인 2004.02.25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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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뿌린대로 거두기 <19>

“목얼 매라우?"

“글씨, 그랬당만. 쪼깨만 늦게 봤어도 그냥 초상얼 치루는 것인디.”

“사람 명줄이 그리 쉽게사 끊어진다요. 서방님이 애먼 사람 하나 베렸는갑소이.”

“베리기넌 외려 좋아졌구만. 박가 성님이 원래 문전에다 싸는 사람이었는디, 주모헌테 잘 배와가꼬, 인자넌 성수님얼 극락에도 보내고 근당만. 제우 구름타는 맛얼 알았는디, 서방님이 밖으로만 나돌라고 헌깨, 열불이 났겄제.”

강쇠 놈이 흐흐흐 웃었다.

‘웃음도 나오겄소. 모처럼 서방님얼 만내 살방애나 실컷 찔라고 했는디, 이것이 시방 먼 꼴이다요?’

옹녀 년이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강쇠 놈을 방바닥에 앉히고는 바지춤부터 열었다.

“시방 멋허는 짓인가?”

강쇠 놈이 물었다.

“머허는 짓언요? 서방님 물건얼 검사허고 있는 중이제요.”

“물건얼 검사해?”

“얼매나 다쳤는가? 참말로 영영 못 써묵게 생겼는가? 어쩐가 보고있당깨요.”

옹녀 년이 고개를 팍 숙이고 있는 거시기 놈을 손으로 쓰다듬어도 보고, 손바닥으로 감싸쥐고 위 아래로 흔들어도 보았으나, 놈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야가, 탈이 나도 단단히 났는갑소. 끄떡얼 안허요이.”

“내가 머라든가? 요넘언 믿지 말고 자네넌 딴 방도럴 찾아보게.”

강쇠 놈이 기가 죽어 허리춤을 여미며 일어섰다.

“딴 방도럴 찾다니요?”

“하루 세끼 밥만 믹여주게. 자네가 으떤 짓얼 해도 탓허지 안헐 것인깨. 난 개장국 끓일 장작이나 팰 것인깨, 자네넌 좀 쉬소.”

“장작언 패겄소?”

“패다가 안 되면 말제. 하도 오래된 것이라서 푸석푸석허니, 잘 패지겄드만.”

“무리허지넌 마시씨요. 자칫 다친 허리 더 다치면 고태골로 가는 것 보담 못 헐 수가 있소. 흐기사 그것이라도 패야 개장국얼 끓이제요. 이녁언 장작얼 패씨요. 나넌 밥얼 해야겄구만요.”

옹녀 년이 걱정이 되면서도 그렇게 말하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겨우 한 끼 밥을 익힐둥말둥한 나무가 부엌 나무간에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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