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에 남아 있던 것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 있던 것
  • 태조로
  • 승인 2004.02.25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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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우스신이 판도라에게 상자 하나를 건네고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하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호기심은 인간들에겐 어쩌지 못하는 속성인지라 판도라는 상자를 열어보게 되었습니다.

 그 상자속에는 인간의 모든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등 온갖 악(惡)이 들어 있었는데 당연히 그것들은 앞다투어 상자 밖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순간 판도라가 얼마나 무섭고 당황했을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판도라가 열었던 상자에서 쏟아져 나왔던 온갖 것들의 총 집합체 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연일 일어나는 국지전(局地戰)과 테러, 과학의 발전으로도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와 기아와 질병들, 그리고 숨쉬는 공기처럼 외면할 수도 피할 수도 없이 발생하는 갖가지 사건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정쟁(政爭)과 논쟁(論爭), 극단적인 사고들이 판치는 와중에 상식과 온건함, 겸손과 온정, 그리고 합리성은 그 자리가 점점 좁아져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사회가 균형(均衡)과 중용(中庸)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됩니다.

 농자(農者)천하 지 대본(大本)이라 하여 입만 열면 우리나라가 농업국가이고 농업이 근간(根幹)이라고 믿었던 때가 엊그제였습니다.

 세계화, 개방화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정부는 이 땅의 생명산업을 지켜온 농민들의 자존심을 보존해주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추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우르과이 라운드, WTO, FTA 협상체결로 이어지는 동안 우는 아이 젖주어 달래듯이 대처해왔습니다.

 농특세로 막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하였으나 통합적,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해 결국 돈은 돈대로 낭비되고서도 우리의 농촌은 달라진 것이 없이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희망을 이야기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사고(思考)는 긍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줍니다.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줍시다.

 판도라가 열어젖힌 상자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어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었던 것은 아시는 바와 같이 희망이었습니다.

 앞으로 좀 더 좋아지리라는 희망, 경제가 잘 풀리면 나에게도 더 나은 기회가 오리라는 희망, 정치가 안정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지면 우리나라의 성장속도에 가속이 붙으리라는 희망등 등,

 시름에 젖어있는 우리의 농촌에 대안(代案)이 될 수 있고, 경쟁력이 있는 농업으로 가기 위한 정책이 입안(立案)되고 자금이 지원되어 농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날이 곧 오리라는 희망도 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 필요한 것은 위로와 동정이 아니라 비젼과 확신입니다.

 열리지 말았어야 할 상자를 판도라가 열긴 했지만 그래도 끝에 남겨진 희망이 있기에 우리 모두 용기를 잃지 말고 제2의 도약(跳躍)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국영석(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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