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혁과 돈 안 드는 선거의 모순
공천개혁과 돈 안 드는 선거의 모순
  • 승인 2004.02.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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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의 부정부패가 정치개혁을 부른 주요인으로 해서 이번 4.15 총선은 돈 안드는 선거 강구가 첫번째 과제다. 한편으로 과거 돈쓰고 선거해서 당선된 부패한 기존 정치인들이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의 선거에 강하다는 전제에서 그들을 물갈이하기 위한 공천방식의 혁신이 두번째 요구다.

 그러나 돈 안 드는 선거와, 공천의 혁신은 자칫 이율배반적 결과를 낳을 위험을 안고 있다. 당 중앙의 낙점이나 지구당 위원장이 임명하는 대의원들이 후보를 결정하는 하향식에 비해, 혁신적 지향 방식인 상향식이 다수의 무차별 경쟁으로 더욱 큰 비용을 필요로 하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소위 후보가 되기 위한 당내 경선은 그 경쟁률이 본선보다 훨씬 높은 게 사실이다. 그 양상도 치열을 극하고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빅쓰리인 3당의 경선에서 각각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5-6명의 입지자들이 후보전을 벌이고 있다. 그 1차전을 통과하기 위한 선거자금이 얼마나 될지 에측불허인 상태다.

 지난 대선에 처음 도입된 각당 후보의 전국 경선에서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10수억원의 자금 사용을 실토하였거니와 국회의원 후보 경선은 그와는 비교도 안되게 자금 흡입성이 강한 지역구 특성상 지지획득전이 자칫 돈 경쟁으로 비화할 우려를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래서 과연 어느 것이 이상적인 방안인가, 이상적인 제도의 도입이 가능하기나 한가, 설령 가능하다 할지라도 그 도입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계제가 되고 있다. 흔히 짧은 시간에 튀는 방법으로 창안되거나 모방된 제도가 정착하기란 지난한 일임을 각인시키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각당에 단수 공천이든 지명이든 혹은 정상적 경선이든 왕도가 없는 현실에서 다양하고도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길이 자연스럽게 열리도록 놔두는 것이 민주적이고 흠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지시물이 없는 가방’인 것처럼 자유로운 여지를 오히려 넓혀 주는 일일 것이다.

 이율배반을 강행하는 것은 맹목이요 우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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