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참여 없이 정치 개혁 없다
여성의 정치참여 없이 정치 개혁 없다
  • 태조로
  • 승인 2004.02.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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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떼기’로 일컫는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 자금 모금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정치권의 비정상적 행태는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 회의감을 키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국민 생활을 저해하는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기업의 정치 헌금은 다름아닌 국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비열한 짓이나 다름없다. 이익추구가 목적인 기업은 정치 헌금을 충당하기 위해 제품가격에 정치 자금을 전가할 게 뻔하다. 국민들은 적정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부당한 정치 자금까지 감당하는 셈이다. 결국 대기업의 손을 빌어 정치 자금을 전달했을 뿐 최종 소비자인 국민이 정치 자금을 부담하고 있다.

연일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거물급 정치인의 연이은 검찰 소환 장면은 새삼스럽지 않다. ‘정치=돈’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정상적인 정치제도가 자리잡은 나라에서는 상상조차 안되지만 자연스럽게, 그것도 수십 년 동안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버젓이 자행되어왔다. ‘차 떼기’는 바로 그 정점의 일부분에 불과할 따름이다. 한나라당은 국내 재벌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씩 대선 자금을 강취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속속 밝혀지고 있다. 말이 좋아 정치 헌금이지 강탈이다. 물론 이는 정권 교체에 대비한 기업의 보험 가입이라는

관행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관행과 문화를 조장한 정치권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왜 우리 정치는 돈에서 자유롭지 못한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남성 중심의 마초이즘을 빼놓을 수 없다. 접대와 돈으로만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남성 중심의 사고 방식은 돈 정치라는 관행으로 굳어졌다. 돈 정치로 얼룩진 이 때 정당과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지 않으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외면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구습과 관행을 버리고 발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유독 정치권만 정체를 고집한다면 정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여기에 여성의 역할이 요구된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시대적 흐름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모성애는 부패 정치 청산에 소금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여성의 정치 참여 수준은 세계에서 하위권 속한다. 여성이 전체 유권자의 51%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272명의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은 16명으로 5.9%에 불과하다. 정치가 발달한 선진국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는 활발하다. 또 여성의 정치 참여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부패지수가 낮다는 사실은 여성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반증한다.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 여성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정치가 자원의 배분이기 때문에 배분과정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배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여성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여성의 정치 참여는 당연하다.

그동안 여성의 목소리가 정치에 전달되지 못했던 것은 여성 정치인들의 문제였다기보다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치가 필요해서 여성들을 동원하였기 때문에 정치의 장에서 여성은 남성중심의 정치를 정당화하는데, 혹은 구색 맞추는 데에 활용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결과는 남성 중심의 부패한 정치문화를 고착화하는 데 일조 했다. 오는 4.15 총선은 부패한 정치 문화의 지형을 바꾸는 선거 혁명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성들의 이익을 정치에 전할 수 있는 가교 마련의 필요성이 중요하다.

여성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실질적으로 여성후보들의 당선을 보장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당의 지원 여부는 그 정당의 개혁성과 국민의 대변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지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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