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든 정치 수술은 아무나 하나?
병 든 정치 수술은 아무나 하나?
  • 승인 2004.03.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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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인 오는 4월15일을 "병든 정치 수술하는 날"로 정했다.

 우리가 병이 들어 수술을 할 때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대학에서 다른 학과보다 긴 의학전문학과를 이수하고 인턴, 레지던트 등 힘든 과정을 거치며 많은 임상진료의 경험이 있는 훌륭한 의사가 하게 된다.

 병든 정치를 수술하는 의사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다. 그러나 유권자인 우리가 병든 정치를 수술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의사의 자격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동안 우리 유권자는 많은 선거에서 술과 밥을 얻어먹고, 후보자가 주는 돈 봉투를 받았으며, 정당행사나 후보자 합동연설회에 일당을 받고 나가고, 관광 가는 데 돈이나 먹을 것 마실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그 사람의 과거 행적이나 자질 같은 것은 까맣게 잊고 내 고향 사람, 내 모교 출신, 내 핏줄이라고 해서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기도 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그 동안 돌팔이 의사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병든 정치를 수술할 수 있는 훌륭한 의사 즉 올바른 유권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첫째 선거법을 스스로 지키고 후보자의 선거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유권자여야 하겠다. 선거법은 돈 적게 드는 선거를 위하여 사전 선거운동을 못하게 하고, 선거와 관련한 금품수수나 음식물 접대등 기부행위 수수를 금지하고, 또한 선거비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편법으로 각종 선거를 위한 연구소를 차리고 불법 명함을 돌리며, 음성적인 각종 찬조와 음식물 접대, 선물을 돌리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사법처리를 받았거나 처리중에 있으며, 지금도 정치권은 지난 16대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의 이전투구 양상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거의가 선거법을 어기고 사전선거운동, 기부행위를 하는 바람에 막대한 정치(선거)자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권자는 후보자들이 선거법을 어기고는 당선될 수 없는 선거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둘째는 소액다수의 정치자금 후원에 동참하는 유권자여야 한다. 유권자가 소액다수의 깨끗한 돈을 제공해야만 유권자가 돈을 많이 쓰게 하기 때문에 많은 정치자금이 필요하다는 빌미를 주지 않고 또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정경유착을 방지할 수도 있다. 기업인들이 왜 불법자금을 제공하겠는가. 다 이면에 구린 거래가 있어서 그리하지 않을까.

 셋째는 진정한 봉사정신을 가진 훌륭한 자질을 갖춘 후보자를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는 유권자여야 한다. 이번 선거부터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후보자 정보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올바른 후보자 진단을 통하여 말로만 국민을 위하여 봉사한다고 거짓말을 하는 후보자, 그 방면에 아무런 경륜도 없는 후보자 등을 가려내어 선거일에 과감히 제거하고 훌륭한 후보자를 당선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수술이 끝나도 환자의 건강을 위하여 섭생에 유의하듯이 병든 정치의 책임을 남의 일로 돌리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건강한 정치가 되도록 항상 감시와 후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 이런 의사가 수술하는 한 이제 '병든 정치 수술하는 날'은 불안하기보다는 기대가 되는 날이 될 수 있다.

<완주군 선거관리위원회 임채동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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