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 어띠어? 색시
평설 금병매 <2> 어띠어? 색시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02 19: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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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2>

“말은 고맙지만 급히 갈데가 있어서. 다음에 꼭 들리지요.”

서문경이 왕노파에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반금련을 흘끔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아주 잠깐 스친 눈길이었지만, 눈빛이 참 맑았다. 검은빛보다 흰빛이 더 많은 남편 무대의 흐리멍텅한 눈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나리, 이 할미가 매실차만 잘 끓이는 것이 아니라 매파노릇도 기가 막히게 잘 한다는 소문도 들으셨지요?”

“매파노릇도?”

서문경이 막 걸음을 옮기려다 고개만 돌려 되물었다. 그 짧은 순간에도 눈길을 반금련에게 던지며 빙긋 웃었다. 그 웃음에 오금이 저린 반금련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하기사 나리는 아름다운 부인이 셋이나 계시니, 중매장이 노파가 필요없겠군요. 매실차라도 드시러 오시지요. 최고급으로 대접하겠습니다.”

왕노파의 말에 서문경이 그러지요, 하며 고개를 약간 끄덕이고 돌아섰다. 서문경이 골목 안 쪽으로 사라지고 난 다음에야 고개를 돌린 왕노파가 물었다.

“어띠어? 색시. 저리 잘 생긴 사내를 본 적이 있던가?”

“옥골선풍이네요. 누구예요?”

“아니, 색시는 서문경 나리도 몰라?”

“이사온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제가 아는 사람이 있겠어요? 나들이도 오늘 할머니네 찻집에 나온 것이 첨인걸요.”

“하긴, 색시는 청아현에 이사온 것이 채 이레도 안 되었지? 서문경 나리라고 건재약방을 크게 하시는 분인데, 하루에도 수천금씩 돈이 들고 난다지? 광동성과 광서성에도 약방이 있다는데, 현령이 새로 부임해 오면 제일 먼저 인사를 드린다고 하더라구. 사흘이 멀다하고 꽃같은 기생들이 있는 술집에서 대접을 하니, 현령들도 서문나리 앞에서는 꼼짝을 못한다더군.”

“돈이 벼슬하는 세상이니까요. 돈만 많으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반금련이 딱한 제 처지를 떠올리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왕노파가 빤히 들여다 보며 말했다.

“왜 서방이 잘 안해 줘? 사람이 약골로 보여 그렇지 선하게 생겼던데? 법 없이도 살.”

“착하면 뭐하나요? 하나 밖에 없는 제 아내한테 비단옷 한 벌도 못 사주는데요. 가난하면 기운이라도 있어야하는데, 생긴 걸 좀 보세요. 침상에서 기운이나 쓰겠던가요?”

반금련의 말에 왕노파가 혀를 끌끌 찼다.

“색시의 속을 내가 알지. 젊으나 젊은 여자한테 병골 남편은 그대로 지옥이니까. 말 안해도 색시의 이불 속 사정을 알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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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1 15:3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