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골퍼 여자대회 출전 논란
성전환 골퍼 여자대회 출전 논란
  • 승인 2004.03.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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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자가 된 프로골프선수의 여자대회 출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남자였다가 9년전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자로 새로 태어난 미안 배거(37.덴마크)가 호주여자오픈에 출전하자 새삼 논란거리로 등장한 것.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배거는 "보통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프로 대회에출전하고 싶다"며 성전환 여성에게 출전 자격을 주지 않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에 도전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배거는 "사람들은 성전환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며 "성전환 수술을 받으면 체내호르몬에 변화가 와 근육이 약화되고 힘이 떨어지는 등 남성의 특성을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키 177.8㎝에 몸무게 68㎏의 당당한 체격이지만 배거의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평균 210야드로 정상급 여자 프로선수들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여자'에게만 선수 자격을 인정하고 있는 LPGA와 LET는일단 배거의 요청에 대해 완곡한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LPGA 투어 타이 보토 커미셔너는 "변화무쌍하고 재미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다른 스포츠 기구의 정책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아무튼 현재로서는'태어날 때부터 여자'인 선수만 LPGA 투어 대회에 나올 수 있다"고 못박았다.

LET의 이안 랜들 사무총장도 "현재 규정을 고치지 않는 한 배거에게 투어 대회출전을 허용할 길이 없다"며 "좀 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계골프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89년부터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자가 된 선수의 여자대회 출전은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배거에게는 불리한 대목.

USGA는 지난 87년 성전환 수술로 여자가 된 샤롯 우드가 US여자시니어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 출전해 3위를 차지한데 이어 US여자미드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4강에오르자 이듬해 부랴부랴 '여자 선수는 태어날 때부터 여자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고 LPGA도 USGA에 이어 같은 규정을 만들었다.

호주여자골프협회가 98년 '여자선수는 태어날 때부터 여자여야 한다'는 규정을삭제한 덕에 이 대회에 출전하게 된 배거에 대해 선수들은 대체로 '용인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로라 데이비스(영국)는 "배거는 현재 여자가 분명하지 않느냐"며 "한때 남자였다고 해서 배거가 우리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가진 것은 아니다. 드라이버로 350야드를 날리는 것도 아닌데 기회를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레이철 테스키(호주)도 데이비스의 의견에 동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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