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 고자가 아니라 잠충이
평설 금병매 <4> 고자가 아니라 잠충이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05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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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4>

“고자는 아니예요. 혼자 몇 번 깔짝거리다가 방사를 하고는 그대로 골아떨어지는 잠충이었지요. 고자라면 어떻게 전 마누라한테서 딸을 얻었겠어요.”

“하긴 그렇네. 고자가 아이를 심을 리가 없지. 이제야 알겠구먼. 색시의 얼굴에 늘 그늘이 낀 연유를. 계집이란 그저 사나흘에 한번이라도 사내의 살몽둥이로 얻어맞아야 얼굴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니까.”

왕노파의 말에 반금련이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했다.

“무대 놈의 마누라가 되는 순간 제 인생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장부자 어르신의 몸수발을 들 때에는 사는 재미가 있었는데, 먹는 것 입는 것은 호사할 수 있었는데, 무대 놈은 저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잖아요. 저는 다 산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무슨 소리야? 색시같은 미인이 그런 소리를 하면 송장이나 마찬가지인 나를 욕보이는 것이라구.”

왕노파가 고개를 내저었다.

“할머니는 밤이 외롭지는 않겠지요? 사내 생각도 안 나겠지요? 저는 밤마다 제 손으로 허벅지를 쥐어 뜯는답니다.”

“그럴 것이 뭐가 있어? 눈만 크게 뜨면 세상에 넘쳐나는 것이 사내인데. 나중에 늙어 후회하지 말고 젊었을 때 실컷 재미나 보고 살라니까.”

“제가 그렇게 살아도 사람들이 욕하지 않을까요?”

반금련이 물었다.

“남이 욕을한들 무슨 소용이야? 자기들이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귀 막고 살면 돼. 눈 감고 살면 된다구. 색시가 의향이 있다면 내가 다리를 놓아보지.”

왕노파가 부추겼다.

“사는 재미가 없어요. 왜 사는가를 모르겠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목을 매고 싶답니다.”

“색시, 큰 일 났네. 봄도 한창 깊어가는데. 정말이지 내가 나서야겠네. 아까 본 서문나리는 어때?”

“그 분을요?”

“색시가 마음만 있다면 내가 나서볼게.”

왕노파가 눈을 반짝였다. 반금련이 잠깐 생각하다가 대꾸했다.

“그 분은 부인이 셋이나 된다면서요? 한결같이 아름답다면서요? 그런 분이 저한테 관심을 두겠어요?”

“열 계집 마다하는 사내는 없구만. 능력만 있으면 열 계집이건 백 계집이건 거느리고 싶은 것이 사내라는 짐승이구먼. 아까 안 봤어? 색시를 바라보는 서문 나리의 눈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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