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5>색시. 그 소문 들었어?
평설 금병매 <5>색시. 그 소문 들었어?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08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반금련의 봄 <5>

“그 나리의 눈빛이 어땠는데요?”

“먹이를 앞에 둔 호랑이같았다구. 금방이라도 탁 채갈 것 같드라니까, 호호.”

왕노파가 누런 이를 번들거리며 흐흐 웃었다.

“호호호, 할머니도 참. 먹이감을 앞에 둔 호랑이를 보시기나 했나요?”

반금련이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데, 왕노파가 정색을 했다.

“참, 색시.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이요?”

“어떤 장사가 호랑이를 맨 손으로 때려잡았다는 소문.”

“전 처음 듣는데요. 기운이 얼마나 장사면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을까요?”

“그 호랑이가 사람도 여럿 잡아먹어 현령께서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누만. 소문으로는 포상금까지 걸렸다고 했는데, 호랑이를 잡은 장사한테 포상금을 주려고 했더니, 장사가 그랬다는구먼. 포상금은 필요없고, 현청에 작은 자리라도 벼슬 자리를 하나 내려달라고. 호랑이를 잡은 장사를 마다할 현령이 누가 있겠어? 당장에 순포도감이라는 벼슬을 내려주었다는구먼. 이름이 무송이라고 한다던가?”

“그런 사내하고라면 하루를 살아도 여한이 없겠네요.”

“걱정말어. 색시가 정말 원한다면 내가 다리를 놓아준다니까.”

“정말이세요? 저한테 약속할 수 있어요?”

“아, 그렇다니까. 아까 서문경 나리한테 했던 말이 거짓이 아니라니까. 내가 매실차도 맛 있게 내지만, 실상은 중매가 전문이라니까. 내 찻집에 현청의 병정들도 종종 드나든다구. 병정 놈한테 매실차나 한 잔 공짜로 주면서 은근히 꼬드기면 호랑이를 잡은 장사를 데리고 올 것이라니까. 내가 나서면 안 되는 일이 없지.”

“제발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하다못해 설거지라도 대신 해드릴께요.”

반금련이 눈을 반짝이는데, 밖을 내다보고 있던 왕노파가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짓으로 골목을 가리켰다.

“저기 오는 사람이 색시 서방이 아닌가?”

왕노파의 말에 반금련이 고개를 돌려 골목을 확인했다. 어깨에 떡함지박을 메고 어기적어기적 걸어오는 것은 틀림없는 남편 무대였다. 그런데 그 옆에 키가 건장하고 어깨가 떡 벌어진 사내가 함께 오고 있었다.

‘누구지? 참 사내답게도 생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