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6>무송을 찬찬히 훑어보던 반금련
평설 금병매 <6>무송을 찬찬히 훑어보던 반금련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08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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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6>

왕노파가 중얼거렸다. 아닌게 아니라 사내는 왜소한 무대보다 두 배는 더 커보였다.

“글쎄요, 누굴까요? 어리버리한 저 병신한테 저리 잘 생긴 친구가 있을 턱이 없는데요.”

반금련이 너무 차이가 나는 남편 무대의 몰골에 얼굴을 살큼 찡그리는데, 가까이 다가 온 무대가 제 아내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왕노파가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말했다.

“들어오시구려. 매실차 한 잔 하고 가요.”

왕노파의 말을 무시하고 무대가 반금련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 여기 있었소? 잠깐 나와 보구려. 내가 소개할 사람이 있소.”

무대가 곁의 사내를 돌아보며 흐 웃었다. 반금련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밖으로 나갔다.

“벌써 떡은 다 팔았어요? 아직 해가 중천인데.”

반금련이 떡함지박을 기웃이 들여다 보았다. 함지박에는 아직도 절반이 넘는 떡이 남아 있었다.

“날이 저물더래도 떡을 다 팔고 돌아오라고 했잖아요. 벌써 오면 어떡해요.”

반금련이 큰 소리를 치자 무대가 곁의 사내를 돌아보며 대꾸했다.

“지금 떡이 문제가 아니요. 이 사람은 방금 청아현의 순포도감으로 부임한 내 동생이요.”

“순포도감이라구요? 하면 댁이 호랑이를 맨 손으로 때려잡았다는 그 장사요?”

어느새 밖으로 나온 왕노파가 큰 소리로 물었다.

무송은 가만히 있고, 무대가 자랑스런 얼굴로 대답했다.

“맞소. 호랑이를 맨 손으로 때려잡은 내 동생 무송이요.”

무대의 말에 신기한 듯 무송을 찬찬히 훑어보던 반금련이 얼굴을 활짝 폈다.

“어서 오세요, 도련님. 제 서방님께 도련님같은 훤훤장부가 계시다니요. 더구나 호랑이를 잡은 공으로 순포도감이 되셨다니, 얼마나 경사스런 일이예요. 저녁에는 잔치라도 벌여야겠네요.”

“암, 잔치를 해야지. 얼마만에 만나는 동생인데.”

무대가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띠며 무송과 반금련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무송이 허리까지 조아리며 반금련에게 인사를 했다.

“첨 뵙습니다, 아주머니. 오랜만에 형님을 만나고, 이리 아름다우신 형수님까지 뵙게 되니 참으로 기쁩니다.”

“저도 기뻐요. 어서 집으로 가세요. 저기 이층집이 우리 집이예요. 장부자 어르신이 자비로운 마음으로 사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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