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을 위한 서설
신입생을 위한 서설
  • 태조로
  • 승인 2004.03.0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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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 부는 3월의 바람은 항상 매섭다. 새로 시작하는 학기, 더구나 상급 학교에 막 진입한 신입생들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어서 체감온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내린 때아닌 폭설은 긴장한 마음은 더 착잡했을 것이다.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 삶의 발전은 늘 설레고 낯선 과정을 동반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그런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어 아름답겠지만 새로운 세계의 적막한 신산(辛酸)의 길은 고통스럽다. 낯선 환경과 아직 친하지 못한 인간관계 속에서 사람은 고독을 느끼게 되지만, 그 고독이 또 자신을 독려하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신입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한 신입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려고 한다. 첫째, 계획을 작게 세우라는 것이다. 지금 여러분들의 관심은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다짐과 포부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는 욕심과 계획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학습 계획은 작게 짤수록 성공한다. 여러분의 능력과 상황에서 수행해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면 목표로 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자기 진단을 분명히 하고 대처하라. 상급학교라 해도 학습의 연계성이 분명한 것이어서 기초학력이 뒤떨어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그 기초를 잡기 위해서는 철저한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기초가 튼튼한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자기가 기대하는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신이 없는 과목이나 단원에 대해 다각도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셋째, 멀리 보고 학교생활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을 올리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 성적을 위해서라도 사고력과 감성을 높이는 일은 필요하다. 독서를 통한 글쓰기나 세상에 대한 안목을 넓히기 위한 신문 구독, 그리고 남을 위하며 내 존재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는 봉사활동, 취미 활동 등을 소홀히 하게 되면 깊은 공부를 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공부해서 얻어 누리는 것들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

넷째, 진실한 친구를 사귀라는 것이다. 흔히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공부에 주력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또 주변에서도 친구는 또 다른 상급학교 진학의 걸림돌로 파악하고 사귀는 것을 금기시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없는 순수한 만남을 통해 사귄 친구는 평생을 다독거리는 힘이 될 수 있다. 단지 점수 몇 점 더 맞기 위해 귀중한 기회를 잃지 말기를 바란다.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한 신입생들에게 학부모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놀라고 해도 오히려 그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학생들에게 잘하라고 윽박지르거나 강요를 하게 되면 반감만 산다. ‘힘들지 않냐’며 함께 고민하는 부모, 그리고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에 거실에서 신문이라도 함께 읽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부모는 TV를 보면서, 또 밤늦게까지 놀고 다니면서 학교에 맡긴 자식만 공부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면 안 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신입생들에게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부모들의 기준으로 그들을 밀어붙인다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3월의 학교는 춥다. 그러나 추운만큼 그들을 믿고 등을 두드려준다면 그들의 가슴은 언 대지를 뚫고 싹을 틔우는 엄청난 태양 에너지처럼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불타오를 것이다.

3월, 교정에 헐렁한 교복을 입은 신입생이 없다면 학교는 얼마나 낡아 보일 것인가. 그 어눌한 태도로 인해 우리는 이만큼 발전해 왔다. 신입생은 우리의 희망이요, 또 내일을 살리는 불씨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사랑한다.

김판용(전라북도교육청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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