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핀다는 것의 참된 의미
여성칼럼-핀다는 것의 참된 의미
  • <김양임 여류 수필가>
  • 승인 2004.03.09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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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에서 맨처음 그 탐스런 꽃들을 본 앙드레지드는 황홀감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그것은 유럽의 꽃들보다 얼마나 더 크며 몇 배나 더 건강하고 또 원색적었던 것이었던가! 부족함이 없는 태양빛속에서 사시사철 피어나는 그 꽃들의 표정에서 그는 낙원의 부러운 풍경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드는 얼마 안있어 아프리카의 그 꽃들에 대하여 곧 실망하고 만다.

 언제 어디서나 쉴사이 없이 피어나는 그 꽃들은 아무런 변화도 주지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녹색의 이파리 꼭같은 줄기와 꼭같은 색채를….

 겨울이란 것을 모르는 열대의 식물들은 아무리 싱싱함이 살아있어도 화석처럼 굳어 있는것이나 다름 없다.

 거기에는 꽃이 핀다는 감격이 없다. 얼어붙은 흙, 그 회색의 공간에서, 한 겨울동안 잠들어있던 球根에서 여린 생명이 터져나오는 일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위와 정적속에서 한떨기 꽃들이 돌연히 개화하는 기적을 보지못한다.

 빈 뜰에서 피어나는 꽃들이 진짜 꽃이다.

 구근에서 겨울을 통과한 꽃이야 말로 진짜로 필줄을 안다.

 핀다는 것은 침묵이 있었다는 것이다. 핀다는 것은 미리 앞에 죽음이 있었다는것이다.

 무엇인가가 피어나기 위해서는 그보다 어둠이 있어야하고 닫혀지는 것, 숨겨져 있는 것, 결핍과 고통과 무가 있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도의 땅에서는 꽃이 피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모른다. 그것은 돌처럼 그냥 거기 그렇게 흩어져 있다. 눈과 얼음이 덮인 겨울들판을 보지못한 사람은, 흙덩이처럼 말라버린 球根을 보지 못한 사람은 또한 꽃들이 피어나는 그참된 의미를 알수 없을 것이다.

 갈증이 있을때 비로서 물맛이 있듯 들판의 황량함이 있었을때 비로서 우리는 꽃의 빛깔과 그 향훈의 참뜻을 소유할 수 있다. 핀다는 것은 바깥으로 생명을 연다는 것.

 작은배가 수평선을 향해 닻을 올리고 새가 죽지를 벌리어 하늘로 날아오르고 마셨던 숨을 내쉬는 것….

 안이 있어야 바깥이 있듯이 질줄을 아는 자만이 비로소 필줄도 알 것이다,

 먼저 구근(球根)속에서 깊이 잠들 줄 알아야한다.

 겨울을 통과한 모든 것들은 개화의 눈물겨운 그 빛과 아름다움을 보여 줄수 있는 것이다.

 이 3월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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