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문화예술 밀실·탁상 행정
전북도 문화예술 밀실·탁상 행정
  • 강영희 기자
  • 승인 2004.03.09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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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말해서 특정인을 낙점하기 위한 위인설관식의 공모가 아니겠습니까. 열린 행정 지향한다며 말만 거창하게 부르짓고 있지만 완전히 우리를 농락하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질 지경이에요. 관행에 젖어 쉬쉬하며 처리하는 각종 현안 때문에 우리 지역 문화예술계가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최근 몇 달 간 전북도의 문화예술관련 현안 추진 사항을 지켜본 한 예술인의 한심 섞인 말이다.

 전북도의 안이한 문화예술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도내 예술인들은 머지 않아 전북도의 밀실 탁상행정은 부메랑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영능력과 사업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문화인이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조직위원장으로 인선된 이후 또다시 불거진 문제는 도립 미술관 관장 선임 건.

 전북도 문화예술과는 계약직 공무원 채용 관계 법령에 의거해 관장 및 학예연구사를 공개 모집했지만 도내 예술인들은 이 과정이 비공개적으로 진행, 일부 특정 인사를 관장 자리에 앉히려는 표적 공모가 아니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도내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전북도가 법령을 운운하며 하자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도립미술관 관장이라면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작가, 혹은 전문가가 선임되어야 함에도 공모할 수 있는 눈높이가 턱없이 높아 원서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실제로 전북도는 지난 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관장 및 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를 공개 모집했지만 비교적 관계 법령이 느슨한 학예연구사의 경우 20:1의 경쟁률을 보인 반면, 관장에 응모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관장 경쟁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자격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공모 기간이 짧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관장 공모 자격은 미술분야 박사학위 취득자나 석사학위 취득자로 9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하며 5급 이상 공무원에 준한 자격으로 예술 분야에서 10년이상 근무한 자에 한한다.

 결국 이처럼 턱없이 높은 응모자격 때문에 도내 작가들은 응모조차 못하는 이른바 찬밥 신세에 놓였다고 푸념을 늘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들은 건립부터 순탄치 않았던 도립 미술관의 ‘장’이 해결사로 나서야 할 시점에서 전북도의 탁상 행정은 미술관의 원활한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전북도 문화예술과 관계자에 따르면 도립미술관 관장에 응모한 인물은 학계와 실무계에서 각각 1명씩.

 전북도는 이들에 대한 공개 여부를 놓고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며 공모자 공개를 선임 후로 미루자는데 중론을 모았다. 도내 미술인들은 제대로 된 검증 절차도 없이 미공개로 전형이 이뤄질 경우 적임자가 선발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그들이 과연 오는 4월 완공, 9월 개관할 전북도립 미술관을 잘 끌고 나갈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라고 걱정했다.

 도내 예술인들은 또한 지난 달 27일 열린 소리축제 조직위원 총회에서 안숙선 명창을 조직위원장으로 선임한 것도 밀실행정의 표본이라고 못 박았고 소리축제는 또한번 내홍에 빠졌다. 갑작스런 안 명창의 천거와 함께 그가 최다 득표를 얻어 조직위원장에 인선됐지만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는 조직위원의 강력한 반발로 이어져 일부 위원이 사퇴를 표명키도 했다.

 결국 탁상행정과 밀실행정의 구태를 벗지 못한 “짜여진 각본대로” 문화예술정책은 도내 예술인 및 도민의 심한 반발과 외면을 받을 것이란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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