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좋은쌀로 승부해야
질좋은쌀로 승부해야
  • 승인 2004.03.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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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EM(유용미생물) 연구개발단에서 근무하던 중 10월 1일은 참 기쁜 날이었다. 정읍시 고부면 관청리에서 농사를 짖고 있는 정구환씨가 벼를 한 묶음 들고 와서 작년보다 농사가 잘 되었고, 비료와 농약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마쳤다고 싱글벙글 하였다.

그리고 전주대에 감사의 말을 전할 때 그 동안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꼼꼼히 적은 영농일지와 사진을 보여주면서 과학영농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아 더욱 큰 보람을 느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급기야 10월 12일에 정구환씨의 집을 방문하여 보았더니 살포기, 발효통, EM5제조용기(본인은 한약제로 썼다고 해서 한방 EM쌀이라고 하나 EM청초액을 말함)등 작은 EM농법 공장을 보여주었다.

실험용으로 EM쌀 10부대(20㎏)를 구입하여 시식을 여러 사람에게 의뢰해 보았더니 쌀 맛이 좋다고 하였고 실험결과도 좋게 분석되었다.

지난해 우리 도와 시·군에서 70%를 지원하여 약 100만평의 수도작을 EM으로 시험 재배하였고 우리 대학에서 지원한 53농가의 시범농가가 있었다. 무더운 여름철 농사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비용은 적게 쌀값은 비싸게

인력이 부족하여 한 연구원은 땡볕을 누비고 다녀 깜둥이가 되었고, 여기저기서 냉해피해가 적고, 염해가 적었다는 연구원들의 보고는 우리 연구단을 들뜨게 하였지만, 직접 들고 와서 고맙다고 말을 전한 것을 정구환씨가 처음이었다.

또한 비난과 부족한 준비상황을 질책하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정말로 농민이 아닌 농민의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EM연구개발단 식구들은 공휴일도 토요일, 일요일도 없었다.

더구나 우리를 감동케 한 일은 정구환씨가 지난 3월에 EM원액을 직접 구입하여 EM연구개발단에서 개발한 책자를 보고 실험정신으로 농사를 지어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은 농가가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도와 시·군의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았지만, EM농법의 성공을 확신하였고 정구환씨의 자료에 의하며 농업비용은 1/3으로 줄었고 수확량은 지난해 같이 일기불순으로 작황이 나쁜 해에도 20%가 증수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EM쌀을 80㎏에 20만원에 거래하고 있다하니 정말로 큰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정구환씨를 격려하고 EM쌀을 보급하기 위해 전주대 시민감사축제에서 직접판매, 또한 전주 경실련의 회원들이 EM쌀을 시식하고는 맛과 질이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연중구입 하기로 결의를 하였다.도시와 농촌이 직접거래가 되는 그 어려운 과정을 정구환씨가 손수 해결해 나갔다.

한·칠레의 FTA을 국회비준을 보면서 암울했던 현실에서 이 농민을 생각하면 가느다란 희망이 보였다. 세계의 고소득층을 겨냥하여 맛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인공위성사진을 이용하여 수확하고, 네델란드에서는 화학비료와 농약사용을 법으로 금지하여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서는 한국의 중산층을 겨냥하여 유기농 농업단지를 조성하여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농업도 질(質)경영으로 승부해야

세계의 시민은 웰빙(Well Being)을 추구하여 저콜레스레롤, 무농약, 무비료 농·축·수산물의 먹거리를 찾고 있다. 철원에서 생산되는 80㎏ 쌀 한가마에 70만원이 호가하고 유기농 품질인증 쌀이 30만원이 넘고 있다. 질 좋은 외국 유기농산물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자칫하면 한 민족의 먹거리는 위협받을 수 있다.

신토불이(身土不異)구호만으로 보호되지 못하고 환경농법인 외국의 유기농산물에 시장을 내어놓을 판이다.

국내 농산물의 수출물이 농약잔류검사에 제동이 걸려 되돌아오고 있다. 금년 하반기부터는 마이신잔류검사에 양돈, 양계농가에 타격을 주게 될 것이 예상된다.

이제 바야흐로 선진국은 1차 산업을 세계화시키면서 농약과 마이신사용을 줄이고 있다. 자국의 1차 산업을 보호하면서 수출의 길을 여는 몇 단계 앞서는 농업정책을 펴고 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FTA의 파고에 정구환씨의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이고맙기까지 하다

값싼 외국 농산물이 몰려오는 것을 겁내고 방어할 것이 아니라 질 좋고 값비싸게 팔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는 질(質)농업을 적극 도입하여 우리의 민족의 신앙이요 젖줄인 농업을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니. 시장에서 사먹는 커피한잔 값도 안 되는 하루 쌀값을 2배 지불한다해서 소비자들은 외면하지 않는다.

90년대 초 양(量)경영에서 질(質)경영으로 승부한 한 대기업이 혹독한 IMF기간 중 세계적인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우리의 농·축·수산업도 질(質)경영을 혁신적이고 과감하게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종국<전주대교수·전주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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