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8> 어서 침상으로 가세요
평설 금병매 <8> 어서 침상으로 가세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1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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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8>

“무송아, 네 형수님 말씀대로 목욕이나 하거라. 네 형수님은 깔끔한 것을 좋아한단다.”

무대가 다정한 눈빛을 남기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반금련이 무대와 함께 쓰는 침상을 가리키며 무송에게 말했다.

“목욕물을 데울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 그 동안이라도 눈을 붙이세요. 호랑이를 때려 잡느라 기운인들 오죽 쓰셨겠어요.”

“오랫만에 형님과 형수님을 뵈니까, 피로한 줄도 모르겠군요. 목욕물은 제가 데울테니, 형수님이나 좀 쉬십시오.”

무대의 말에 반금련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여자가 할 일이 따로 있고, 남자가 할 일이 따로 있는 법이예요. 도련님께 목욕물을 데우게 했다면 형님이 화를 내실거예요. 어서 침상으로 가세요.”

반금련이 무송의 양쪽 겨드랑이를 붙잡아 일으켰다. 마지못한 듯 일어서는 무송의 어깨에 반금련이 일부러 제 젖통을 비벼댔다. 그것만으로도 계집은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 속이 하얗게 비어갔다.

“알았어요, 형수님. 제가 알아서 쉴께요.”

무송이 얼굴까지 붉히며 얼른 반금련의 손을 뿌리치고는 침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싱긋 웃은 반금련이 부엌으로 들어갔다. 입에서 휘파람 소리가 나올만큼 그녀는 신이 났다. 억지로 떠밀리다시피 무대를 서방으로 맞은 이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호랑이를 때려 잡은 기운 좋은 사내가 제 침상이 누워있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리면서 몸의 은밀한 부분이 따뜻해지는 것이었다.

‘저런 대장부와 함께 목욕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때라도 밀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필이면 병신같은 무대 놈의 동생일게 뭐람. 그냥 남이라면 정분이 난들 대순가.’

반금련이 구름을 탄 듯 황홀한 기분에 잠겨 목욕물을 데워 목간통에 채워놓고 거실로 나 오는데 침상에서 드르륵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호랑이를 때려잡느라 기운을 다 소진한 무송이 그 사이에 잠이 든 모양이었다.

도련님, 그만 일어나세요, 하고 부르려던 반금련이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가 얼굴을 가까이대고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보면 볼수록 잘 생긴 얼굴이었다. 계집의 눈이 사내의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가 가슴을 지나 사타구니 사이로 내려왔다. 거기에 사내의 물건이 분명한 제법 한 뼘은 넘을 만한 살몽둥이의 흔적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꼿꼿이 세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옆으로 누운 그것의 모습이 머리 속에 환히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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