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유물론적 사유' 상재
'시와 유물론적 사유' 상재
  • 강영희 기자
  • 승인 2004.03.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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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으로 대가를 이룬 이운룡(66·전 중부대 교수)씨가 진헌성의 과학철학론을 바탕으로 ‘시와 유물론적 사유’(도서출판 푸른사상·2만원)를 상재했다.

 책은 한 평생 하나의 주제만을 선택해 시를 쓴 진헌성 박사의 대쪽같은 올곧음을 문헌적으로 자세히 평한다.

 앞만 보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가 가야할 길 하나만을 선택해 힘들고 고될지언정 터벅터벅 쉬지 않고 걸어간 진 시인. 그를 저자는 하나의 역사 위에 또 하나의 역사를 얹고 얹으면서 무겁다는 말 한마디 없이 부지런히 역사를 짊어지고 갈 사람이라고 말한다.

 실제 진헌성은 한국문학사상 큰 시인으로 걸쭉한 과학철학자다. 그리고 물리법칙에 의해 존재의 비의(秘義)를 해석해 내려는 그는 장편 연작시에 그 모든 것을 담아 사물의 내면을 창조적으로 직관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 교수는 서문에서 “지금 시는 가슴으로 말하되 화성 탐사선이 미지의 우주를 탐험하듯 조심스럽게 물성의 원리와 존재의 법칙을 확대 해석하고 우주를 향해 상상력을 펼쳐나가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과학이 앞장서 우주로 날아가니까 시가 뒤에서 쫓아가는 격이 되어서야 쓰겠는가. 달에는 계수 나무가 있고, 그 밑에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다는 설화가 버려진 때는 오랜 옛날이다.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과학의 눈과 가슴만이 시의 진로를 밝고 환하게 열어주는 언어의 빛인 것이다”고 밝혔다.

 이 말은 현재를 살아가는 시인들을 다그치는 것이면서도 저자가 진헌성의 시에 천착한 계기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말미에 별도 색인을 담아 독자의 편리성을 더했다.

 1부에서 유물론적 민족시와 역사적 현실의식에 바탕해 시를 쓴 민족시의 힘을 보여주며 인생과 현실, 본질에의 변증법적 정관, 즉 진 시인의 물리적 시론을 들려준다.

 2부는 공간사상과 토속적 의식구조에 기인한 시인의 토속적인 시어 구조, 시와 언어의 향토적 체질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다원적 감성과 범신론적 세계정신, 관념문화와 과학철학의 진실을 들여다보면서 어조와 어법으로 본 골계미 등 다양한 이야기를 실었다.

 저자 이운룡씨는 38년 진안 출신으로 전북대와 한남대학교 대학원 및 조선대 대학원을 나와 문학박사학위를 취득, 중부대 교수를 역임했다.

 6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월간문학 문학평론에도 당선됐다. 시집으로 “이운룡 시전집”, “풍경은 바람을 만나면 소리가 난다”, “그 땅에는 길이 있다”외 7권이 있으며 논저로는 “한국 현대시 사상론”, “존재인식과 역사의식의 시”, “한국 현대 시인론”, “언어와 시정신”, “한국시문학회 주류” 외 4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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