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 고철을 모아야
산업의 쌀, 고철을 모아야
  • 태조로
  • 승인 2004.03.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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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철이 금값이다." 는 말이 산업현장에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는 올해 초부터 심각해지고 있는 원자재난이 건설을 비롯한 제조업체의 산업현장을 마비지경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의 원자재인 고철 수입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수입량이 많은 우리경제를 뒤흔들고 있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올 들어 세계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모처럼 경제회복의 호기를 맞았으나 원자재난이라는 복병을 만나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철근이 부족하면 건설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뿐만 아니라 기계. 조선. 자동차. 전자 제품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동향 조사에서 원자재 조달이 어렵다고 응답한 업체가 전체의 29%에 나타나 IMF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는 사실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철강재의 가격급등과 물량확보의 어려움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 현상으로서 급기야 기업간의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원자재 부족현상이 가까운 장래에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중국의 원자재 독식 현상이 갈수록 더해짐에 따라 향후 원자재난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원자재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중국경제가 고속성장을 계속하는데다가 북경올림픽을 겨냥한 건설경기가 폭증하자 원자재 전쟁이 유발된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간 원자재 확보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인도가 중국에 철광석 공급을 늘리는 대신 중국은 인도에 유연탄 공급을 확대해주기로 합의했다. 또 일본 철강업체들이 한국과 외국 업체에 핫코일 공급을 줄이기로 한 것은 바로 원자재난 장기화에 대비해 세계각국이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원자재를 비롯한 철강재 파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원자재를 사재기하거나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출하를 꺼리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니 안타까울 일이다.  

 때늦은 감은 있으나 정부는 이 달부터 철강재 파동을 해소하기 위해 고철모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철강업체들도 수출을 중단하고 내수로 돌리는 등 원자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고철은 철강의 필수재료이며 언재든지 재활용이 가능한 산업의 쌀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국가 경쟁력은 철의 생산 및 소비에 좌우되고 건설, 자동차, 전기, 전자, 조선, 컴퓨터 등 거의 모든 산업이 철을 근간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고철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고 하나씩 방치해 두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곳곳에는 폐농기구 , 폐선 등이 수거되지 않아 환경오염의 한 원인이 되어 왔다. 우리는 IMF 위기때 금모으기를 전국민적 운동으로 승화시켜 위기를 극복하였고, 좀도리 쌀을 모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난 저력이 있다. 위기는 항상 뼈아픈 자구의 노력과 힘든 자기 반성이 요구된다. 부디 범국민적 고철모으기 운동이 한발 더 나아가 사업발전으로 승화되는 계기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기태<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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