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9> 목욕을 끝냈는가?
평설 금병매 <9> 목욕을 끝냈는가?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10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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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9>

‘장부자 영감 것은 비할바가 못 되는구나. 저 놈으로 조곤조곤 얻어맞아 보았으면.’

반금련이 안으로 숨을 들이쉬며 몸을 푸르륵 떨때였다. 이층으로 올라오는 나무계단이 삐그덕 소리를 냈다. 잔치음식을 사러갔던 무대가 돌아온 것이라고 짐작한 반금련이 얼른 쫓아갔다.

“나 빨리 다녀왔지? 동생은 목욕을 끝냈는가? 얼른 식탁에 차리라구.”

무대가 이마의 땀을 소매등으로 쓱 닦으며 웃었다.

“동생 대접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당신은 팔다남은 떡이나 마저 팔아오세요.”

반금련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뭐라구? 떡을 다 팔아오라구? 그걸 다 팔려면 날이 저물텐데.”

무대가 반쯤 열린 문으로 침상 쪽을 흘끔 보며 대꾸했다.

“하면 남은 떡은 버리겠어요?”

“내일 팔면 안 될까?”

“말랑말랑한 떡도 잘 안 서 막는데, 밤을 새워 딱딱한 떡을 누가 사 먹겠어요? 잔소리 말고 얼른 가서 팔아와요. 떡을 다 팔기 전에는 집에 올 생각 말아요. 알았어요?”

반금련이 떡 함지박의 멜빵끈을 무대의 어깨에 메어 주고는 등을 떠 밀었다. 무대가 아쉬운 눈빛으로 돌아보며 떡을 팔러 나간 다음이었다.

반금련이 침상으로 돌아오자 무송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앉았다.

“일어나셨어요? 목욕물이 데워졌어요.”

반금련의 말에 무송이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깜박 잠이 들었네요. 죄송합니다, 형수님.”

“죄송하긴요. 워낙 피곤했던게지요. 욕실로 가세요.”

“예, 형수님께 폐가 많습니다.”

몸을 돌려 침상 밑으로 발을 내려놓던 무송이 얼른 허리를 숙였다. 그 순간 반금련은 사내의 사타구니가 불쑥 솟아 있는 것을 보았다.

“형님은 아직 안 오셨는가요?”

무송이 침상에 앉은 채 물었다.

“웬걸요. 조금 전에 잔치음식을 사다놓고 떡을 마저 팔겠다고 나갔는걸요.”

“떡을 팔러 나갔어요?”

“도련님도 오시고 했으니, 오늘은 쉬라고 해도 기어코 나가네요. 형님이 그렇다니까요. 앞 뒤가 꽉 막혔다니까요. 그까짓 몇 푼이나 된다고. 어서 일어나세요, 도련님. 물이 다 식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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