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0>목간 안을 볼 수 있는 작은 구멍
평설 금병매 <10>목간 안을 볼 수 있는 작은 구멍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1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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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10>

반금련이 무송의 난감한 속사정을 알면서도 일부러 팔을 붙잡고 일으켰다. 절반 쯤 일어서던 무송이 다시 털썩 침상 끝에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찬물로도 멱을 감는걸요. 물이 식어도 괜찮아요. 그것보다 형수님, 제가 지금 목이 마른데 물 좀 가져다 주시겠습니까?”

“그럴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반금련이 속으로 호호호 웃으며 주방으로 가서 물을 한 사발 떠가지고 침상으로 오니, 그 사이에 무송은 목욕간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도련님, 물 떠왔는데요. 물 드세요.”

반금련이 목욕간 앞으로 가서 큰 소리로 말했다.

“됐어요, 형수님. 물은 이따 마실게요.”

“호호, 알겠어요. 천천히 씻으세요. 저는 도련님이 입을만한 옷이 있는가 찾아볼께요.”

반금련이 대꾸하고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침상 쪽으로 걸어갔다가 고양이 걸음으로 목간 뒤쪽으로 돌아갔다. 거기에 목간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었다.

반금련이 그 작은 구멍에 가만히 눈을 대려는데 안에서 좍좍하고 물 끼얹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사타구니 사이가 후끈거린 반금련이 흠칫 몸을 떨다가 까치발을 하고 구멍에 눈을 가져다 댔다. 낮이라고는 하나 촛불을 켜지 않은 목간은 어두컴컴했다.

무송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물을 끼얹고 있었다. 아직은 어슴프레한 어둠 뿐, 무송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반금련이 눈을 두어번 깜박거리다가 다시 구멍에 눈을 가져다 댔다. 그제서야 목간 안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무송이 반금련 쪽을 향해 선 채 손바닥으로 가슴의 때를 북북 밀고 있었다.

그때마다 가슴의 근육이 울끈불끈 용틀임을 하고 있었다. 장부자 영감이나 남편 무대의 민가슴만 보아오던 반금련은 숨이 컥 막혔다.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다리에 힘이 빠진 반금련이 털썩 주저 앉으려는 몸둥이를 벽에 기대며 겨우 버티고 서 있는데, 무송의 손이 배를 지나 사타구니로 내려갔다.

계집의 눈길도 저절로 따라 내려갔다. 거기에 사내의 우람한 물건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 있었다. 사내가 그걸 잡고 잠시 들여다 보다가 이놈, 이놈, 하면서 주먹으로 두어 차례 쥐어 박았다. 자기 딴에는 집 안에 형수하고 단 둘이 있는데, 놈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것이 무참한 모양이었다.

사내의 그런 모습에 킥킥 웃음이 터질 것같아 계집이 얼른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목간 옆에서 물러났다. 자칫 무송이 눈치라도 챈다면 형수로써 체면이 말이 아닌 것이었다.

욕심같아서는 두 눈 질끈 감고 목간으로 뛰어들어 나 한번만 안아주시오, 하고 매달리고 싶지만, 바늘 허리에 매어서는 못 쓰는 법이었다. 밥도 뜸을 들여야 먹고 고기도 익은 다음이라야 제 맛이 나는 법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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