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1>목욕 끝나셨으면
평설 금병매 <11>목욕 끝나셨으면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1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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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11>

무송이 갈아 입을 옷가지들을 골라가지고 다시 목간 앞으로 간 반금련이 말했다.

“도련님, 목욕 끝나셨으면 이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새 옷은 아니지만 품이 넉넉하여 도련님께도 맞을거예요. 전 왕노파와 함께 잔치 음식을 장만해야겠어요.”

“그냥, 입던 옷을 입어도 되는데요, 형수님.”

무송이 문을 조금 열고 대꾸했다.

그 안을 들여다 보고 싶은 걸 꾹 참고 반금련이 정숙한 여자 흉내로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별말씀을 다하세요. 더러운 옷을 다시 입으면 목욕은 하나마나 아녜요. 장부자네 집에서 얻어온 것이지만, 몇 번 안 입어 새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알겠어요. 형수님 말씀에 따를게요. 주세요.”

무송이 털이 송글송글 난 팔 하나를 문 밖으로 내밀었다. 그 손에 옷가지를 쥐어 준 반금련이 얼른 돌아서서 창가로 다가갔다. 마침 왕노파가 골목길로 나와 무대네 이층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 바쁘지 않으면 음식 만드는 것 좀 도와주세요.”

반금련이 소리를 지르자 왕노파가 얼씨구나, 하고 달려왔다.

“이웃에 살아도 내가 색시네 집에는 첨 오네.”

이층으로 올라 온 왕노파가 집 안을 두리번 거리며 눈을 번득였다.

“앞으로는 종종 왕래도 하고 그래요. 이웃이 멀리 사는 사촌보다 낫다고 하잖아요.”

반금련이 말하는데,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무송이 염치없다는 낯빛으로 목간에서 나왔다. 그런 사내를 위에서 아래로 죽 훑어 본 왕노파가 입을 열었다.

“씻고 나니까 더 훤훤장부네. 내가 나이 예순이 다 되어가지만, 저리 잘 생긴 사내는 또 첨이네. 그래, 색시는 함께 안 왔수?”

“색시라니요?”

무송이 얼굴까지 붉히며 되물었다.

“나이가 솔찬히 든 것 같은데, 색시도 안 얻었수?”

“안 얻었소. 떠돌이 무사한테 올 색시가 어디 있겠소.”

무송이 대꾸하고는 침상 쪽으로 걸어갔다. 왕노파가 따라가며 호호 웃었다.

“호호호, 이제 벼슬자리도 얻었으니까, 색시부터 얻어야겠네.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왕매파로 소문이 난 사람이니까. 내 댁한테 딱 맞는 색시를 찾아보리다.”

“일 없소.”

무송의 대꾸는 여전히 무뚝뚝했다.

“호호, 색시 마다하는 젊은 사내가 어딨누? 색시 얻고 싶으면 나한테 잘 보여야하오. 오며가며 내 찻집에 들려 차도 팔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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